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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Aug 03. 2023

짧게 쓴 글 2화

‘어느 슬픈 붕어의 이야기‘



‘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


유튜브에서 사랑 노래를 듣다가 정말 오랜만에 네가 생각이 났어.


이래서 늦은 밤에 듣는 사랑 노래는 최악이야.. 괜히 센티하게 만드니깐.


그래서 그 노래들 덕에 이렇게 늦은 밤... 여자의 한을 담은 글을 쓰고 있어.


새파랗게 어리고 너의 말에 따라 내가 한참 빛나던 그 시절 나는 너를 처음엔 정말... 심플한 마음으로 만났었어.. 그렇다 믿었어.


짧었던 연애 기간

그리고 긴 이별


괜스레 이런 요소들이 젊은 날의 나를 더 불타게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연애 기간 동안 사랑받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


첫 남자친구도 아닌데 말이야.


멀리 떠난 너를 가끔... 정말 가끔 한 번씩 만나는 그 시간들이 기뻤어.

그게 내게 독이 될 줄 모른 채..

나는 겁도 없이 네가 던지는 유혹의 먹이를 먹고자 덥석 그 어항으로 다이빙했지.


그 일이 내 20대를 낭비하게 될지도 모른 채...

혼돈의 늪에 빠지게 될지 모른 채...


그렇게

오랜 시간 너의 농락에 휘둘리던 나는

어느덧 30대를 앞두게 되었지.


가끔씩 네가 주는 먹이에 취해

나의 꽃다운 시절 동안...

잠정적 연애 중단 상태를 계속 이어갔고.

새로운 어항을 찾아 나서지도 않았어...


네가 돌아오면 앞으로는 함께 일거라 생각했으니깐.


너랑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그냥 단순히 상황 탓이라 여겼고


시간은 그렇게 하염없이 흘러만 갔어...


돌아올 너와 함께하는 행복한 미래를 꿈꿨어.


모든 게 잘될 거라 여겼던 나는...

순진하고 멍청했던 나는...


내가 어항 속 많은 붕어 중 한 마리인 줄 모른 채

하늘만 바라보며 뻐끔뻐끔 거품쇼를 하며

너의 애정과 먹이만 기다렸지.


그렇게 나는

너에게 빠져 시야가 흐려졌던 것 같아.


내가 착각이라는 늪에 빠져 뻐끔뻐끔 기교 쇼를 하는 동안...


독실한 기독교 어머니 밑에서 자란 너는

목사님의 딸. 찬송가를 부르는 붕어를 만나고 있더라?


내 뻐금 뻐금 쇼를 보며 재밌다고 손뼉 치던 너였기에

나는 네가 나랑 같은 미래를 꿈꾸는 줄 알았지.


상상의 늪에서 헤엄치던 나는


어느 날...

너의 프사에 올라온 사진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너와 찬송가 부르는 붕어와의 웨딩 사진을 보게 되었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지.

나는 낙동강 오리알.. 아니 낙동강 붕어였군아.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그랬어.. 이 나쁜 놈아.

나를 놔줬어야지... 새로운 사랑이라도 하게...


가끔 몰래 너의 피앙새인 찬송가 부르는 붕어의 인스타를 몰래 들어가곤 해.


누가 보면 미저리라 하려나?


원래 내 자리였을지 모를 그 사진들을 보며

왠지 모를 화가 가끔 올라오곤 했지.


너도 이제 아저씨가 됫더라. 내가 사랑한 네가 맞는지 조차 모르게 늙었더라. 그래서 속으로 환호했어. 네가 늙고 못생겨져서...ㅎㅎ


어떤 거였을까? 그 찬송가 부르는 붕어는 되고 나는 안되었던 이유. 나는 지금도 그게 너무 궁금해.


어떤 노랫말처럼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그랬니...

전하지 못할 혼잣말만 늘어가는 밤이야.


드라마나 영화처럼... 또는 그 어떤 소설들처럼

떠난 연인의 행복을 빌어 줄 만큼

나는 착한 사람도.. 깨달음을 얻은 깨우친 성인도 아니어서... 차마 너의 행복을 빌어주진 못하겠다.


나보다 더

내가 슬퍼하고 아파했던 시간보다 더

조금 더 많이 아프고 슬펐으면 좋겠어.


그러게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그랬어.

사랑을 속삭이지 말았어야지..

아니 내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진 말았어야지.


내가 네 불행을 비는 건... 이건 다 네 업보야.


나보다 좀 더 아프길 빌고 또 빌 거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길 바랄게.


나에게서 빛이 난다 어쩧다... 무수한 달콤한 말로 나를 꼬시던... 이 나쁜 놈아.

지금 들으면 닭살 돋는 멘트에 속았던 그 시절의 멍청한 과거의 나야...

결국엔 나를 초라하게 만든 그 시절의 나의 사랑아...

괜히 새벽녘 센티해져 떠올랐던 그날들아...


이제 그만 모두 안녕.



주절주절.. 블라블라 이야기... 어느 슬픈 붕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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