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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두나무 Dec 15. 2023

아비투스(도리스 메르틴)

나의 꿈은 곱고 우아한 품격 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아비투스(Habitus)란

- 단순히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개인이 내면화한 문화적 자본을 의미한다

-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이다.


"아비투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한다" <부르디외>






올해 초 내가 글쓰기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모습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또 써? 뭘 계속 써? 그러다 작가라도 하려고?"

"응? 작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지!"

"아... 엄마! 작가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야! 너 엄마 무시하냐? 내가 너 보란 듯이 쓰고 또 써서 작가가 되고 말겠으니까 두고 봐라."

"아..... 예예...."


그 당시에 딸아이와 나누었던 대화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를 자극하던 딸아이의 '그렇게 쉬운 줄'이라는 말은 나의 승부욕을 자극했고 내 마음의 밑바닥에서 잠자고 있던 '나의 자아'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승부욕은 시동을 걸었고 한번 고개를 든 '자아'는 좌우를 살피며 내가 발걸음을 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진 나의 역량이 얼마만큼인지 궁금해졌고 내가 입으로 뱉은 나의 목표에 내 역량이 혹시라도 기준 미달이라면 나의 자본(아비투스)을 하나씩 늘리고 쌓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딸아이는 그때 그런 말을 했던 걸 까맣게 잊은 듯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뜬금포로 고백하자면, 어린 날의 나는 내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부자인 사람과 결혼이라는 걸 하고 싶었다. 그저 보통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의 환경보다는 조금 더 풍족하게 결혼생활을 했다.

조금 더 풍족하면 조금 더 여유로우면 늘 행복할 거라 여겼지만 인생이란 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올인하며 사는 삶은 뭐랄까...

나의 영혼을 메말라가게 만들었다. 물론 그것이 무의미하다거나 가치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로 살아가려는 마음이 납작해지다 보니 언젠가부터 점점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우울한 무기력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할 때 보람을 느끼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내야만 했다. 그다음에는 나와 생각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모임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독서모임은 나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모임에 참여하면서 멤버들과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을 통해 자극도 받고, 동기부여도 되고, 앞으로 나의 목표도 생기기 시작했다. 다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하루를 꽉 채워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해 봤지만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았다.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금방 지쳤고 싫증 났다. 그 일을 하는 동안 그 일안에 '나'는 없었고 그건 내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은 돈을 쫓아 일을 하면 그 일을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고 나는 여전히 돈이 중요하고 돈이 좋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돈을 벌고 싶다. 그 안에서 나를 찾고 싶다.


부자랑 결혼한다고 해서 내 삶이 저절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과 내가 '나'로 설 수 있을 때 가정 안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금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성공이 아닌 '성장'이다. 성장 또한 성공의 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일의 꾸준함이 분명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매일의 끈기가 나도 모르는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



나는 나를 찾아가는 긴 여정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소란스럽지 않게 나만의 아비투스를 쌓아가는 일만이 남았다.











인생을 살면서 나는 누구인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인지,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한 번은 꼭 오는 것 같다. 나는 그 시기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 찾아왔다. 결혼이란 걸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 나라는 사람은 그저 누군가의 조력자 같은 역할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삶이라는 건 나 스스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과정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인지, 나의 자본은 무엇이 있는지, 그 자본을 확장하고 품격을 갖추는 방법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나의 꿈은 '곱고 우아한 품위 있는 할머니'인데 그런 할머니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누구와 어울릴지 등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라는 쉽고도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만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p59) 자신의 역량과 야망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성공 아비투스에 속한다. 이런 능력은 최정상으로 도약할 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관심사와 의도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모든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


(p137) 무엇이 내게 최선일까? 나는 무엇에 심장이 뛰고, 무엇을 싫어할까? 성공한 삶은 내게 무엇인가? 경제적 성공? 사회적 인정? 성취와 의미? 혁신과 창조? 선행? 개인의 행복? 나는 도전을 추구하는가, 안정을 더 중시하나? (중략)

나의 위치는 어디 이고 나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달리 표현하면, 지금의 아비투스는 나의 발달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나의 아비투스가 높이 인정되는 곳은 어디이고. 인정받지 못하는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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