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의 일이다.
오전에 청소기를 밀고 거실의 꽃나무를 살펴보다가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 첫날에는 없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잎의 중간에 약간 흰점 같은 것이 몇 군데에서 보였다. 일단 사진을 찍어둔다. 오후에 나갈 일이 있어 볼일을 보고 꽃나무집에 들렀다. 사장님께 저번주에 사간 꽃나무의 잎에 이상한 게 생겼다며 오전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장님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 이거는 별로 신경 안 쓰셔도 되세요. 잎의 끝이 말려들어가면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지금 보이는 이런 건 여기 있는 것들(꽃나무집의 식물들)에도 조금씩은 있거든요. 혹시라도 더 심해져서 말라버리면 그 잎만 잘라주시면 되고요. 다른 잔가지에서 또 계속 잎이 나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되세요."
"아... 괜찮은 건가요? 처음 배송받고 잎을 하나하나 다 닦았거든요. 그러면서 잎을 다 봤었는데 그런 게(흰 반점)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생겼길래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했어요."
"잎을 하나하나 닦으셨다고요?" 그 많은 걸 다요?"
"별로 안 많던데요. 금방 닦았고 생각보다 먼지는 좀 있더라고요. 닦고 보니까."
"근데 식물 잘 못 키운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제일 관리 쉬운 걸로 추천드렸는데... 엄청 관심이 많으신 거 같으신데요!"
"아... 사간 지 일주일도 안된 거라서요. 이번에 안 죽이고 잘 키워보겠다고 다짐했는데 흰 반점 비슷한 게 보여서 뭔가 싶어서 여쭤보려고 왔어요."
"아.. 네. 걱정 안 하셔도 되고 햇빛 없어도 되고, 통풍에만 신경 써주시면 괜찮을 거예요."
"네. 그럼 이상 없는 걸로 알고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식물 고자인 내가 이번엔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데려온 아이(꽃나무). 잘 키워보겠다는 건 항상 그것에 눈길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새잎이 난 건 있는지, 잎이 말려들어가는 건 없는지, 물을 줘야 할 때가 된 거 같으면 물도 주고 간혹 잎의 먼지도 닦아주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식물 고자로 살아왔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식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다정한 눈길로 바라본 적이 없어 늘 말라비틀어지고 나면 그제야 아... 그전에 신경 좀 쓸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매번 한발 늦었다.
사장님의 "관심 많으시네요!"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최근 들어(한 달 넘게) 약간의 우울과 무기력 사이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내가 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내가 나를 내팽개쳐서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를 떨어트리기 전에 그날처럼 작은 반점 몇 개 생겼을 때 알아차리기로 말이다.
식물을 잘 키워 오래도록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내가 내 맘을 들여다보고 내팽개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모두 다정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제 거실의 꽃나무 잎을 관심 있게 바라보듯 내가 나를 다정한 눈으로 한번 더 바라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