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억울하대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 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진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참 많이 쓴다. 내가 어릴 때는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자신감은 많이 들었다. 반면 요즘은 자신감 보다 자존감을 훨씬 많이 듣는다. 그만큼 우리는 자존감이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너무 중요해진 나머지 간혹 우리가 간과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가끔 그런 경우를 본다. '맨디씨, 이건 제가 부당하게 당하는 건데 제가 참으면 안되겠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저도 제 자존감을 지켜야 되는거잖아요.' 이게 참 애매하다. 그건 지금 자존감까지 거론될만큼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객관적으로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 같은데. 그럴 때 보면, 나는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겠다는 주장에 그럴 듯한 근거로 ‘자존감’이 악용되는 것 같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성격이 모가 난 사람들 중에 그 자신과 주변에서 모난 성격의 원인을 자존감에서 찾는 경우.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자존감이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난 이런 경우에 자존감을 그 원인으로 돌리는건 그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처럼 느껴진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말을 곧잘 하는 사람은 스스로 '아,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올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선에서 그칠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법과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입을 다무는 걸 배우는게 우선이지 않나 싶다.
어떤 사람은 권위적인 성격이 문제인거고, 어떤 사람은 폭력적인 성향을 스스로 통제 못하는 거고, 어떤 사람은 아집이 강한게 문제인건데, 그걸 모두 싸잡아 '자존감이 원인이다!' 라고 해버리는게 그 사람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건 마치 모든 병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돌리는 것 같은 처사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100% 스트레스 잘못은 아니지 않나? 자꾸 많은 문제를 자존감의 탓으로 돌리는데, 그럴 때보면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이 자존감이라는게 늘 높을 수도 없고 늘 낮지도 않은 것인데, 다들 이걸 높이는데 너무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뭔가를 이뤄낼 때 나도 내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하는 걸 느끼고, 그걸 이뤄가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히거나 힘들때는 낮아지기도 하는 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과하게 두려워하고, 높은 자존감을 획득하는 것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자존감이 참 중요한 것 같다.'는 한 친구의 이야기에 난 그 말에 동의하긴 하지만, 모든게 자존감 탓도 아니고 자존감이 높다고 모든게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었다. 살면서 만나는 문제들 중에 자존감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덮어놓았던 것들이 있다면 이제는 그 변명을 걷어내고, 무엇이 원인이 되는건지 치열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살아가며 오르내리는 이 자존감을 항상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집착도 경계할 필요는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