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즈번 여행 마지막 날, 곧 있을 비행기 시간에 맞춰 우린 여행의 마지막을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브리즈번 시티에서 말차 치즈 케익으로 유명하다는 한 카페에 들렀다. 우린 각자 먹고 싶은 케익 한 조각씩과 롱블랙 한 잔씩을 시키기로 했다. 일단 티라미수 케익 한 조각을 고르는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문제는 치즈 케익이었다. 블루베리 치즈 케익이냐 스트로베리 치즈 케익이냐를 두고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다. 두 사람이 각각 하나의 치즈 케익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형태가 아니라 서로가 갈팡질팡 하는 와중에 다만 서로의 생각에 반박하는 의견을 덧붙이며.
'블루베리 치즈 케익이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거 아닐까. 몇개 만들어 놓지 않은걸 보면 더 희소성이 있는 것 같은데. 스트로베리는 재료가 남아도는걸지도 몰라.'
'그래도 스트로베리 치즈 케익을 훨씬 많이 만드는데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닐까?'
우리 둘은 이 카페 사장님의 판매 전략과 주방의 재고 내역까지 우리 머릿속으로 다 훑고 나오는 중이었다. 그러다 결국은 '사실 아무거나 상관이 없다'로 결론이 났고, 우리는 스트로베리 치즈 케익을 선택했다.
- 우리는 달콤한 케익과 이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쓴 커피를 마시며 지나간 시간을 성기게 돌아보고, 지금의 고민을 자세히 털어놨다. 이제껏 스스로에게 맞지 않은 선택들을 해왔고, 그 결과 인생의 미아가 된 것 같다고 너는 말했다. 내가 한 선택에서 오랜 시간 고통 받았다 생각했었고, 앞으로 내 인생의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모조리 잃어버렸던 나의 한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았던 나의 그 때를 생각하며 나는 네 앞에서 말을 아껴야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다.
'넌 치즈 케익 하나를 선택하는데도 이것 저것 다 생각해보고 고르는 사람인데, 그런 네가 네 인생의 선택을 결코 허투로 하지는 않았을거야.'
그때 그 말을 해줄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