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에 하루, 꼭 학교에서 들어야 하는 랩이 있는 화요일. 공강 없이 팀플 2개와 다른 수업까지 더해져 온종일 정신 없던 하루였다. 랩 하나 끝나면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옮기며 집에 가고 싶다를 영혼없이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렸다. 영혼은 진작 집으로 혼자 갔겠지. 팀플 하나 끝나고 구글 지도를 보며 다시 미팅할 건물을 찾으며 나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를 읊조렸다.
- 예전에 알던 분이 '애매한건 조지고 봐야 돼!' 라고 자주 말했었다. 그래, 애매한 개념부터, 애매한 과목부터 확실히 조져주겠다며 스케쥴러에 비어있는 시간을 찾고 있는데, 어쩌면 이 땅에서 애매한 나라서 나도 이렇게 조져지고 있는건가 싶었다. 표현이 거칠지만 달리 쓸 표현이 없다. 패준다고 할까? 탈탈 턴다고 할까? 아, 그렇다고 조진다는게 망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믿고싶네.
- 여하튼 저녁이 되어 캠퍼스를 나오며 나의 애매한 무언가를 조지느라 조져지고 있는 나에 대해 생각하며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이번 골드코스트 아침에 봤던 풍경, 그 풍경이 내 매일의 아침을 맞아준다면 난 속도 없이 다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풍경, 그것이 소위 말하는 부귀영화라는 것이라면, 내가 누리고자 하는 부귀영화가 왜 없겠나. 너무 선명해서 눈이 다 부시다.
- 그러니 뭐 또 조지러 가야지. 곤죽이 되게 패줘야지. 탈탈 탈탈 털러가야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