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 꾸꾸와 다녀온 브리즈번 여행이 너무 좋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듣던 호주보다 실제로 한번 본 호주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따뜻하고 습도가 낮은 날씨에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보다 시티의 규모도 크고 즐길거리도 더 많아보였다. 여행 막바지쯤 되었을 때 꾸꾸는 그랬다. 새삼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서로에게 얼마나 맞지 않은 곳인지 알게된 시간이기도 했다고.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서핑과 수영을 즐기는 걸 좋아하는 꾸꾸는 어쩌다보니 겨울이면 춥고 비 내리는 거기다 근처에 해변이 없는 멜버른에 살고 있다. 도시가 주는 자극에 즐거워하는 나는 어쩌다보니 자연과 함께하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꾸꾸의 말이 영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다만 그 사실을 우리가 다시 살고 있는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알게 됐다는 것, 그 타이밍만큼은 조금 씁쓸했다.
따뜻한 브리즈번을 뒤로하고 한 겨울의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는 중에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영원히 지낼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또 그리워질 이 곳을, 지금 기회가 있을 때 좀더 사랑해보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브리즈번에서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와 나는 조용히 나만의 프로젝트, '일주일에 한번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새로운 곳에 가보기'를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넣어두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구석구석 다녀보며 어느 카페 한 구석자리에라도, 공원을 산책하는 리트리버와 인상 좋은 아저씨의 풍경에라도 정을 붙여보자 싶어서. 그렇게 3주째 나는 카페 도장깨기를 했다. 매번 새로운 카페를 가서 '레몬 허니 진저티'라는 같은 메뉴를 시키는데 놀랍게도 그 맛은 카페마다 천차만별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다른 것을 나 너무 집에만 있었나?' 하는 반성이 고개를 들 때, 꾸꾸에게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