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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디 Aug 02. 2024

세상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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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주인 안나를 처음 만났을 때, 안나는 그랬다.

'네가 다니는 학교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내 친구가 지금 데이터 분석가로 일을 하는데, 졸업하고 3달 정도 취업 준비하느라 힘들어 했었어. 근데 취업 하고나서 그의 세상이 열렸지. 차도 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세상이 열렸다는 다소 시적인 그 표현이, 왠지 눈에 그려지는 그 말이 날 사로잡을 때, 나를 바라보고 있던 안나도 내 눈빛이 순간 달라졌음을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세상이 열린다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길래 난 그 말에 천국을 본듯 설렜을까. 나는 지금의 내 세상이 닫혀있다고 생각하는걸까?


-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즈음 전학을 갔다. 새 학교 근처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학원에서 친구를 사귈 수는 없었다. 아파트 9층 내 방에서 자주 겨울의 놀이터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겨울 햇살이 따뜻한 낮이면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친구라는 건 어떻게 사귀는건지, 이제껏 어떻게 사귀어왔던 건지 그때만큼 나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었나 싶다. 봄이 왔고, 새로운 학교에서 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같은 조의 조원이 되어서, 점심을 같이 먹게 되어서,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아서. 그리고 사실 대부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나서 사실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친구가 되어버렸다.


- 대학원 1학기를 보내는 동안 온라인 수업을 쫓아가느라, 과제를 챙기느라 바쁜 와중에도, 같이 사는 사람들 때문에 푸념을 늘어놓는 와중에도 꾸꾸에게 한번씩 그랬다. '여기에 주말이면 같이 브런치 먹을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너무 좋겠다. 딱 한 사람만.'


- 내게 세상이 열린다는 말은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말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사람이 싫다, 혼자가 좋다 해도 세상이 열린다는 그 그림 속 나는 누군가와 함께 웃고 있었다. 이 또한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내게 찾아올 일이겠지? 확정되어 있는 그 천국을 향해 계절이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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