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해?"
"그걸 단정 지을 수 있나? 흐르는 물이나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
"에?.. 그게 뭐야."
"날씨가 맑은지 흐린 지, 내가 누굴 만나는지,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삶은 다양하게 흘러가잖아.
"삶이 다양하니까 의미도 다양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응. 삶을 대하는 내 태도도 매 순간 다를 테니까. 그럼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 나는 삶의 의미라는 게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내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서 살아가면 그만 아냐? 사람은 결국 혼자잖아."
"사람은 결국 혼자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너랑 내가 친구 관계인 지금만 봐도 우린 함께야. 혼자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 혹은 깨닫고 나서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심지어 요즘은 반려동물도 많이 키우잖아."
"반려동물?"
"응.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키우기 전과 후의 내 삶이 180도 달라졌거든. 전에는 나가서 술 먹기 좋아했다면, 지금은 반려견 생각에 빨리 귀가하고 공기 좋은 데 가서 산책을 해. 반려견과 살아가는 내 삶의 의미는, 내 반려견이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나와 행복한 거야."
"그렇네. 반려견이 너한테 그만큼 소중해졌으니까. 반려견이 떠나면 세상을 잃은 마냥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사람도 많더라. 그래도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 아니야?"
"물론 중요하지. 근데 인간한테 사랑이나 정, 그것만큼 위대한 게 있을까? 반려동물은 곧 사랑이라는 말도 있잖아. 나라는 사람의 사랑과 정으로 본다면, 세상을 잃는다는 표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돼."
"사랑이라.. 그러고 보니 나도 곧 결혼을 하네. 소중한 남편이 생기겠어."
"벌써 한 달밖에 안 남았네. 결혼이라는 것도 지금 가족 구성원 이외에 또 다른 가족이 생기는 거잖아. 남편과 너 둘만의 가정, 그리고 남편이 속해있는 가족 구성원까지."
"와.. 생각해 보니 가족이 두배로 늘어나네. 왠지 어마어마하다."
"맞아. 어마어마한 일이야. 저절로 또 하나의 관계가 생겨나는 거지. 나는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도 이제는 남편 없는 삶이 상상도 안 가. 남편이 그만큼 내 삶에 크게 들어와 있다는 거야. 그럼 이번엔 내 삶의 의미가 뭐겠어?"
"남편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너와 행복한 거?"
"바로 그거지!"
"나름 단순하네?"
"정답은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삶은,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소중한 게 생기는 과정인 거 같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해."
"무서워? 왜?"
"소중한 게 늘어갈수록 잃으면 어쩌나..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할 때가 있거든.."
"삶은 결국 불안이 늘어가는 거네? 너무 잔인하다. 삶에 의미를 찾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둥, 삶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라는 둥. 여기저기 말만 번지르르하고, 결국 허무한 결과뿐이야."
"허무하기도 하지. 몇몇 철학자나 석가모니는 인생은 원래 의미도 목적도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잖아. 그래도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나는 소중한 게 늘어갈수록 잃을 생각에 불안하긴 해도, 앞으로 얼마나 더 소중한 것들이 생길지 기대되는 게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해."
"... 가만 보면 되게 긍정적이다 너?"
"그런가.. 그냥 너 말대로 삶이 허무한 결과란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발악하는 걸지도 모르지."
[생각이 흐르는 시간-초 단편'소중한 게 생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