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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천사 May 16. 2023

스마트 폰에 담긴 비밀

사는 것이 쓸쓸하다.


 언제부턴가

그는 스마트 폰을 

손가락처럼 달고 다녀.

잠금장치까지 해서 말이야.

화장실은 물론

샤워실을 가면서도

살점처럼 붙이고 다녀.

 비상호출 당하는 비밀첩보원도 아니면서.

홀로 비밀이 많은 모양이지?

폰 관리 심하면

의심해 봐야 된다던데?

그녀는  한숨 내뱉듯이 웃었다

걱정 마,

비밀은  들키기 위해 있어.

나도

남편 스마트 폰이

알아서 신고해 주더라고.

기계가 사람보다 의리가 있어.

기가 막히더라.

그녀는 혀를 차듯이 헛! 헛! 웃었다.

그게 웃을 일이야?

그럼, 울고불고해야 되나?

그래, 웃음이라고 웃음은 아니지.

사는 게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웃음과 눈물도 그렇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코 끝이 찡해진다.


불륜스토리가

폰에서부터 시작된다더니.

 스마트 워치를

잠잘 때도 손목에 걸고 잔다고.

개 목걸이처럼 말이야.

그를 묶고 있는 게 뭘까?

훗! 이런 바보 같으니.

새벽에도 한 밤중에도 진동으로 호출하는

주인분이 있는 거네.

그녀는 

남편 행동에 관한 한

 끄트머리만 잡고도 그림 그리는

  상상력이 풍부했다.

경험이 스승이란 말은 맞는 말이다.


그녀의 경험은 우연히

남편 스마트워치를 켜다

기겁한 사건부터 시작되었다.

주저리주저리 막장판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를 

한 시간 정도 실황 중계 하듯이 알려주었다.

초등학생 구구단 가르치듯

기억하라는 말까지 덧 붙여 가면서.

응, 응, 하면서도 고마워라는 말이 

나오진 않았다.

그녀 말대로라면

결혼은 위험한 짓이다.

인생을 걸고 겁 없이 덤벼들고 만

어리석은 도박이 된다.

그녀는 물론 동창생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이런 일이'주인공이었다.

아내로 살려면

날벼락 맞을 각오는 해야 된다고.

아니면 평생 바보로 살던가 해야지.

그녀는 헐! 헐! 하다가

 술렁술렁 수다를 떨면서 자주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가을날

낙엽을 데리고 가는 바람소리가 되어

가슴을 허전하게 했다.

그녀처럼 그렇게 웃으며 사는 사람들이

지구별 그것도 코리아 사람이란 것이

위기감을 더 무겁게 다.


그녀가 준 정보 탓일까.

정말이지 우연처럼 스마트 워치가 덩그러니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남편이 깜박 잊고 출근한 것이다.

새까만 워치는 블랙홀이었다.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할 것처럼.

조심스럽게 문자를 터치하는 순간

요즘 이런  단어가 주로 사용되었어요라고 

말하듯 방방 뛰는 짧은 단어들이

하얗게 반짝거렸다

나완 주고받지 않는

손끝 저리는 단어들이었다.

난감한 심정으로 꼬깃거리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000 이런 말들

주로 어떤 사이가 주고받지?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생각하는지, 분석하는지 흠흠 하더니

나에게 심문하듯 물었다.

번호 같은 건 없었어?

몰라, 문자 누르니

반딧불이 모양 떠 오르더라고.

스마트워치에 관심도 사용법도 모르는

나로선 당연한 말이었다.

남편은 스마트 워치가 만보용에다

안전장치로 업무용이라 했거든.

그녀는 한동안 허파에 바람난 사람처럼

웃어 댔다.

바보야! 주의해서 지켜봐.

요즘, 워낙 흔한 일이라

누군들 피해 가겠니?

요즘 들어 자주 듣는

나의 닉네임이 바보다.

바보처럼 산다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녀 말은

그 남자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어.

수상하면 살펴봐야지.

멀쩡하게 살다 뒤퉁수 맞아로 

해석되었다.

현장을 보지 않고도 등골 서늘하게 하는

 범죄 흔적인양 짧은 단어의 위력은

 상상 밖이었다.

생각 속에서 뱅뱅 도는 말일뿐인데

땅을 흔들고 있었다.

방바닥에 균열이 생기는가 하면

소파가 넘어지더니 형광등이 빙글거렸다.

보지 말걸 후회했다.


 살다 보니

몰라도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사람 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부부라는 말이

사랑과 신뢰를 포함한다는 건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 이야긴가 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외면했다.

퇴근하자마자 급히

스마트 워치를 손목에 걸치는

그의 몸짓이 보여주는 수많은 의미를.

숨기고 싶은 것이 누구에게나 있겠지.

 애써 잊으려 해도

슬픔이라는 밀물에 온몸이 잠겨 들고 있었다.


슬픔에 취약한 사람은

슬프지 않은 척 살다 보면 

습관이 된다.

명랑하고 당당한 여자.

그런 말이 내게 붙어 다녔건만.

결혼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나도 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변화되든 나의 삶이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포물선이다.

타인으로 인해 흔들리는 삶이라면

내 삶의 뿌리가 너무 약한 탓이다.

속는 사람보다 속인 사람이

두 다리 뻗고 못 잔다고 하던데.

내가 잠 못 이루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직도 

결혼이란 과목이 어렵다.

이론 없는 실기로 직행한

인생 수업인 탓이다.

지금, 나는 결혼을 통해

사람을 배우면서,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흔들리면서 흔들리는 것에

놀라지 않는 연습을 하는지도 모른다.

씨앗같이 짧은  말인데.

 부부가 공들여 쌓은 성을 한방에 날리는  

핵폭탄인가 상상까지 했던 날이다.

그를 믿고 살아온 세월이 비눗방울 되어

 공중에서 둥둥거리다 툭! 툭! 

터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묻다가 잠들면 자욱한 안갯속이다.

정말 꿈속 같은 세상이라면

악몽도 사는 일이 아닐까?

이런 충격들이 나를 단단하게 하면

늙어서 죽는 것에도 놀라지 않겠지 

스스로 달래 본다.

사는 것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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