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허리를 굽혀야겠어.
살면서
이런저런 장애물을 만났지만
걸음을 멈춘 적은 없었다.
이왕에 걸어온 길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오가던 생활의 길 위에는
바라보며 힘든 것도 잊고 살았다.
혼자만 걷는 것이 아니라
그와 손 잡고 걷는 중이었던 탓이다.
나뭇가지에 걸린 빨간 리본을
화살표로 읽으며 험한 산길 오르듯이.
지치는 순간마다
서로의 손을 당겨주면서
수월하게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의
순탄한 산책로였다가도 가파른
오르막길이 되는 가 하면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한 불안감도 주었다.
자기중심적이라서 그랬을까.
불편한 감정의 앙금들이
발목에 걸린 모래주머니가 되어
걸음을 무겁게 한 적이 많았다.
같이 걸어도 평행선이라는 거지.
그런데도 예상치 못한
돌부리에 턱 걸리는 바람에
꼬꾸라 지고 말았다.
확! 밀어버린 사고가 터졌다.
두 팔을 벌리고 비틀비틀하면서
안간힘으로 균형을 잡으려 해도 소용없었다.
뒤 돌아도 절벽이요 앞을 봐도 절벽이었다.
한 발만 내 디디면 날개도 없이
추락할 것 같아서 주저앉아 버렸다.
그동안
물어봐야 정답이 나오려나 고민 중이었다.
남편은 아이큐가 상당히 높은
자신의 두뇌를 자랑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잔머리에 임기응변은 천재였다.
이런 나의 내적 고민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역시나
눈치 빠르게 선수 치며 말했다.
나 몰래 즐기던 불륜이 들켰던 날이었다.
피 흘리며 신음하는 사람에게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표현이 미숙한 것일까? 아니면
미안함도 당황하면
저런 태도를 보이는가 했다.
놀랍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
그의 미안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당신에게 들키지 말아야 했는데.
그래서 미안하단 말인지?
뺨 맞고 나니 정신이 없어져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인지?
그의 미안해가 아닐까 싶었다.
산발적으로 튀어나가는 중이었다.
자신까지 싫어지고 있었다.
촌스런 발상이었나?
세상이란 걸 깜박하는 순간
제대로 뒤통수 맞은 셈이었다.
나의 삶은 그 누구의 것이 아니잖아?
나 이외의 누구든
내 삶의 엑스트라로 배치하기로 맘먹었다.
그동안 내 삶의 감독은 내가 아니었다.
잘못된 시나리오는 내가 각색하기로
결심한 순간 햇빛이 부셨다.
너덜 해진 스토리는 삭제하고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되게 하는 거야.
한 번뿐인 내 인생
내가 감독이 되어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되는 거지.
생각을 바꾸니 이상한 설렘이
힘이 되어 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