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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천사 Jun 04. 2023

참을 수 없을 만큼 뻔뻔한 자유

결혼 서약부터 수정되어야겠어

간통은 죄가 아니야!

쥐도 새도 모르게 한다고 한 불륜이

우연처럼 들킨 그의 항변이야.

의기양양한 비웃음으로.

개인의 성적자유를 법으로 구속할 수 없다고.  

판사처럼 땅, 땅, 땅,

못 박는 소리를 아무렇지 앓게  말하더라.

몇 번 놀라고 난 덕에 놀랍지도 않더라.

그런 말 할 정도면

완전 맛이 간 거라 생각했으니까.

나는 부패된 인간과 살아온 결과를

생생하게 보고 있었어.

 


 보통 상간자들이 가슴에 담고 있는

자유론이지.

할 짓 다하며  큰소리치는 자유 앞에서

어떤 말이 필요하겠어.

억장이 무너져도 열 번은 무너져

더는 무너질 자리도 없는 상황인데.

지네들은 곧 죽어도 로맨스 타령하네.

그런 말 쉽게 하는 사람들

사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철부지 아닐까.


그렇군요

우리 부부관계도

정절의 의무 따윈 삭제해도

된다는 거지요?

앞으론 내 성적자유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겠다는 말씀?

어떤 이유로도 자유로운 성관계

구속하지 않겠다는 말로

고맙게 담아 둘게요.

각자

맘 댕기는 대로 소문내지 말고

즐깁시다.

그 대신 각자 맡은 책임은 

성실하기로, 됐지요?

이렇게 그에게 대응했지.


맘대로 해! 

맞바람 피면 덜미 잡고

이혼장 내민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는

선언처럼 남편이 던진 말이야.

이상한 종족이야.

나를 어장 속 물고기 신세로 만든 

그 남자 말이야.

그래서 나도 어장관리 하면서

살면 되니까,  미리

이의제기 않기로 하자고 

협상안을 내 민거지.

태연하고 멍한 눈빛으로.


그리고

남이 먹던 떡 훔쳐 먹으면

 맛있단  말이지요?

바보인 척 물어보기도 했어.

나도 식습관 바꿔야겠어요

부부는 닮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툭! 한마디 던지며 커피를 마셨지.

일 없다는 식으로 하고 싶은 말

따박따박해 주었다고.

뻔뻔한 대상 앞에서

상식 따져야 소용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 버렸으니까.

자신이 하는 말 뜻도 모르고

생각나는 대로 임시방편으로

적반하장식 말투 앞에서

맞대응해 본거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잖아.

인격 급수에 따라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는데. 

막장대사도 염치 모르고

흘러나오는 대로 던져 줘 버렸지.

그런 순간에도 통쾌하지 않고

불쾌한 건 아직도 내가

순진해서일까.


여름 햇살이

 소나기로 쏟아지는

정원은 초록으로 무성했지.

사람은 수시로 변질되는데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오는 게 

 아파오기 시작했어.

당연한 것이 이제 당연하지 않게

보이는 세상이구나 싶더라고.

한참을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어.

매미소리는 짝을 찾는 동안

 여름을 삭이는 물소리로 번지다가

내 맘속으로 흐르고 있었지.

인간은

간통으로  사랑을 쓰레기로 만들지만

미물은 사랑의 세레나데로

자연섭리에 순응하는 소리.

차라리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매미가 부러우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



묻고 싶어, 당신에게도.

소돔과 고모라도  불륜관계였는지?

그들이 누린 성적자유는

유황불에 타 죽었잖아.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존재는

인간 밖에 없으니, 신도 화가 났겠지.

그래서인지 불안해서

하늘을 보게 되는 거 같아.

 나도 지금 소돔과 고모라성에

살고 있는 거 같아서 말이야.



무슨 말이냐고?





어떻게

살았는지 계산하는 그날.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들 때문에

너무 오래  아프지 않고 싶다고.

하나님도 꼰대취급받는 시대라서 말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결혼 서약부터

수정되어야겠어.

싫증 나면 갈아타는 조건부로?

그러면 이런 경우 놀랠 일도 아니잖아.

탐욕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뻔뻔한 자유를

너무 가볍게 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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