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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삶의 전부인 그녀가 평생 그리 살길 바라며...

신념은 이렇게도 만들어진다

by 므므

[평생 치킨을 시켜 먹을 여유만 있다면 자기는 아무 상관없다는 나의 친구 이야기]


"넌 하고 싶은 거 없어?"

"꿈이 뭐야?"

"관심 있는 건 없어?"

"좀 해봐~! 그냥 좀 해~"

"먹고 싶은 거 없어?"

나는 이 친구에게 항상 이런 질문을 해 왔던 것 같다.


내가 해보지도 않고 허세를 떨며 신나서 설레발을 칠 때,

이 친구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기만 할 뿐, 자신은 항상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만 했다.

나는 이런 친구가 답답하고 무지해 보였다.

실은 이 친구를 마음속으로 무시하고 비난했다.

아직 어리고 배울 것도 많은 나이인데 하고 싶은 게 없고, 매사가 귀찮아한다며 게으르다고 말이다.


친구에게 운동을 하든, 자격증을 따든 미래를 위해서 뭐라고 해보라고 해도

집에서 VT나 보면서 치킨을 먹는 것이 좋다고만 한다.

20대에는 한심해 보였고

30대에는 걱정이 되었다.

이제 40대가 되어보니 이 친구처럼 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남들은 워라벨, 파이어 족등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며 아등바등할 때,

이 친구는 손에 묻은 통닭을 닦으며

'이그~ 그러게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이리 와 여기 앉아서 같이 VT 보면서 치킨이나 먹자~ 등 따시고 배부른 게 최고여~'라고 할 것만 같다.


이 친구가 이렇게 태평한 이유는,

자신이 걱정하고 고민해 봤자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걸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하냐는 것이다.

이 친구를 보면 세월에 자신을 맡기고 남편이, 시댁이, 친정이, 직장 상사들이 하자는 데로, 가자는 데로 물 흐르듯 살아간다.


나는 이 친구가 평생 TV를 보며 치킨을 뜯을 수 있길 바란다.

어떠한 이유로 치킨을 먹을 수 없거나, TV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이 두 가지만 충족되면 모든 것을 타인에게 맞추는 그녀가 부디 좌절을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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