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이별

잃고 나서야 깨닫는 모든 것의 소중함

by 진희

나는 아이를 보내야 했습니다.

유산. 짧은 단어 하나에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더군요.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는 날이었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를 기다리는데,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가

“아기집이 커지지 않았어요. 음…”이었습니다.


이내 들려온 말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아이가 유산이 됐어요.”


나는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잠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났습니다.

아기를 잃어서 슬픈 건지

이런 상황에 내가 놓여서 슬픈 건지

내가 아파서 눈물이 났던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억울함 속상함

“왜 맨날 나만 참아야 하지”라는 감정들도 스쳤지만

결국엔 이내 사그라들었고

나는 나 자신에게 계속 말했어요.

“그래, 그랬던 거구나…”



수술실. 처음 겪는 낯선 공간.

베드에 묶이는 느낌, 산소마스크,

그리고 곁에 없다는 고독감.


깨어나고 나니 구토와 어지러움이 밀려왔습니다.

몸은 주체할 수 없는데, 계속 움직이라고 하더군요.

내 머릿속엔

“밖에서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의자에 엎드려 잠든 막내.

그리고 회복실에서 링거를 꽂고 누워 있는 나를 보며

바로 나가겠다고 아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수술 후 나를 만난 아이들은

“무슨 일이야?”라고 한번 묻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내 곁에 있었습니다.


남편은 내 손을 잡으며 연신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정작 미안한 건 나인데…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내게 주어진 상황

시간

환경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


나는 오늘 그 모든 것들이

참 감사한 것이었다는 걸

조용히 아주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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