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리핀의 대중적인 술, 탄두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원래 브랜디는 포도 원액을 증류하여 만드는 술이라,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 브랜디에 주정을 혼합해, 자신들만의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인 컷 브랜디를 탄생시켰다. 이 탄두아이는 750ml 한 병에 200페소, 대략 6천 원. 이런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 모금 맛볼 때마다, 나는 이 술에 담긴 필리핀 사람들의 실용적이고도 창의적인 정신을 느낀다. 세상이 어떻게 모두 마스터나 50년씩 한 길을 파는 장인들만 최고로 인정받는 세상일 수 있을까? 탄두아이처럼 조금은 가벼운 면이 있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자기 가치를 드러내는 술이 있다는 것이 나는 참 좋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한라산 같은 소주도 다 희석식이다. 우리도 고운 쌀을 원료로 한 증류 소주 대신, 주정을 물에 희석한 방식으로 대중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탄두아이와 참이슬은 하나로 이어진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술인 셈이다. 우리도 탄두아이처럼 조금 더 합리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끈기 없이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있다. 장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방식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더욱 다채롭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진솔하게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나의 동지들이여, 이 글을 읽고 나서 용기를 내길 바란다. 우리도 완벽하지 않아도,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가치가 있다. 필리핀 사람들이 탄두아이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덜어내듯, 우리도 소주 한 잔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삶을 축복하자.
이 컷 브랜디 한 잔을 마시며, 나는 나 자신을 조금은 명예로운 필리핀 사람이라 자처하고 싶다. 탄두아이와 참이슬, 이 두 술이 공감하는 점은 우리 모두에게 같은 울림을 전해준다. 삶을 소박하게 축하하는 이 마음, 그것은 어디에서나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