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곁에 서려했지만
바닥을 바라보는 자식은 말이 없다.
머리 위 비행하는 새
걸어 다니는 사람들
움직이는 자동차
그저 거센 바람을 맞고 선다.
나의 어른도 이랬을까.
아버지의 웃는 얼굴과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눈 안에 커다란 어항이 들어찬 것처럼 일렁인다.
아버지의 손을 잡은 어린 날의 나와
그 곁에서 나란히 웃고 있는 어머니가 보인다.
우리를 가로막는 물을 모두 닦아내고
그들 곁에 서려했지만
아무리 닦고
또 닦아도
웃는 어른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