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국제도서전.
타인의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뉜다.
'나도 저 사람처럼 열심히 해야지.'라는 결심과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될까?'라는 의구심으로.
지난주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이후 일 년을 기다린 도서전이었다.
수시로 도서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꼭 방문하고 싶은 출판사 부스는 수첩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그렇게 마주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
행사 첫날 오전 시간이어서인지, 행사장 안은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한결 느긋해진 마음으로 출판사 부스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출판사가 정말 많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형 출판사에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독립 출판사에 이르기까지,
국내에 이렇게 많은 출판사가 있었나 싶다.
그리고 '책도 정말 많다.' 그중 내가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
그렇게 많은 출판사와 책을 보니 빠짐없이 다 둘러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모든 것을 다 보겠다는 마음은 나의 과욕이었음을.
한 곳 한 곳 둘러보려니 허리도 다리도 너무 아팠다. 잠시 쉼이 필요하다.
곰탕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우고 나니, 이번에는 사람이 보인다.
자신들이 세상에 선보인 책을 열심히 소개하는 출판사 직원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꼼꼼히 책을 살펴보는 독자들.
'이토록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니.' 그들의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과연, 나는 이만큼 열정이 있는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읽고 어떻게 써야 할까.'
일주일 내내 생각에 빠져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 그 일을 멈추지 않고 해야겠다는 마음뿐.
냉정과 열정 사이가 아닌 열정과 멈칫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