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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랑 May 08. 2024

어버이날, 부모님과의 과거를 청산합니다.

과거 놓아주기


청산 :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림.




서른다섯 번째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부모님과 나 사이에 있던 부정적인 과거를 이제 그만 청산하려고 한다. 제목을 어떻게 지을까 하다가 여러 가지 예시 중 첫째로 생각한 건 '엄마를 용서합니다'였지만, 내가 엄마를 용서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기에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엄마를 원망하면서, 친부를 부정하면서 살아오기까지 3N 년이 흘렀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를 원망하는 글을 썼고, 생각 또한 그러했다. 오늘 내가 청산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첫째는 TV에서 방영된 PD수첩에서 나온 보호출산제 논란의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였고,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아들의 영상을 보고 난 후였다.



보호출산제란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이 내용을 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내용과 일치했던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X의 아이'가 되지 않은 게 다행인가 싶었다. 친권은 포기했지만 존재는 알고 있는 친부가 있다는 사실과 이혼은 했지만 나를 끝까지 지켜준 엄마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PD수첩에 보면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다 큰 성인이 되어 한국에 찾아와 친가족을 찾으려 하지만,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내용을 보고는 참 간사하게도 나의 마음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부모를 부정하고 살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두 번째는 어버이날 이벤트로 선생님들이 준비해 주신 아들의 영상편지와 사진의 한 문구였다. '저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 부모를 미워하며 살았던 내 삶에 와닿는 말이었다.


이혼한 가정, 한부모 자녀 그리고 재혼가정이라는 타이틀은 어린 내게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오늘 나는 이 두 가지의 이슈로 부모와 나 사이에 일어난 과거를 청산하려고 한다. 더 이상 나를 어두운 그곳에 가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청산한다한들 없어질 과거는 아니지만 놓아주려고 한다. 나는 오늘과 내일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오은영박사의 화해는 나와 내가 하는 겁니다.라는 말처럼 힘이 없고 방법을 몰라서 나를 과거에 방치했다면 이제는 내가 나를 위해 나아가야지. 오늘부로 나는 아프게 걸어온 나의 시간들이 나를 가장 따뜻하게 안아줄 첫 온기에 한 발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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