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정을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서운함과 상처를 견뎌내야 함을 강요할 만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 만남의 지속 기간이 길다는 것이, 권태로움과 이기적임을 참아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
그 어떤 말과 행동을 시간으로 무마하려는 관계가 가장 위태롭다 생각한다. 사람 사이가 이어짐에 있어 지속한 시간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없다. 행하는 쪽도 당하는 쪽도, 시간에 가려져 진실을 구별하기 어려운 정도로 달팽이관처럼 마음이 기운다. 사람 사이에서 중요한 건 지속된 시간이 아니라 지속된 마음이다.
관계에서 중요한 방향은 얼만큼 함께하였느냐가 아닌 얼마나 앞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느냐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