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위대한 미술가들의 도시. 수많은 미술가들의 영혼이 노니는 곳이지.
사건의 발단은 그거였어. 아 참 그녀석이 문제라니까. 고흐. 정신병자새끼. 그녀석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어. 아니 글쎄 모사품 화방에 가서 사람들을 무참히 찔러죽였다나.
뭐라 그랬지? 모사작가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했나? 뭐 다들 알지만 그 녀석은 미친놈이잖아.
거기서부터 이 끔찍한 분열이 시작됐어. 여기는 모사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이 열심히 그린 그림 값은 원작의 100분의 1도 안 돼.
고흐의 끔찍한 살인으로 그동안 누적됐던 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게지. 담론은 확산됐어.
분노는 모든 원작자들에게 향했지. ‘모사작가들을 차별하지 말라!’ 같은 값까진 아니지만 최소한 멸시와 무시를 받지 않도록 대우해 달라는 게 그들의 요구였어.
처음엔 마네, 마그리트, 모네가 거기에 들고 일어났어. 왜 모든 원작자들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모느냐는 거야. 알다시피 가장 많은 모작들이 팔리는 사람들이지.
생각해보면 그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해. 어차피 모사품 작가들은 그들의 명예에 빌붙어 사는 게 아니냐는 거지. 자기들은 엄청나게 고민하고 고심해서 작품들을 만들어 냈는데 그들은 고작 그것들을 베끼면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니.
억울할 만도 해.
모사작가들에 대한 원작 작가들의 분노는 쉽게 말해, 꿀빠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야. ‘저들은 노력도 없이 나한테 빌붙어서 살아가는 것들이니 나쁘다.’ 마치 이런 거지.
‘나는 세금도 내고 나라를 위해 창작자 의무도 다하는데 저 새끼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아가서 나는 일자리도 없네. 게다가 쟤들은 사회적 약자네 뭐네 혜택도 받아? 세상이 이럴 수는 없다. 내가 심판하리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줄 알아? 쟤들은 절대 자기보다 강한 사람들에게 분노하지는 않아. 사실 많은 작가들은 수많은 귀족이나 궁정에 소속되어있어.
그 집에 기거하며 귀부인이나 백자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살고 있지. 그 자녀들에게 공손하게 ‘도련님, 아가씨’ 해가면서 말야. 심지어 자기보다 잘나가는 모사작가들에게는 아무 소리도 못해. 왜냐면 해봤자 달라질게 없거든?
그러니 어차피 안될 거,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나 하자는 심리야. 비열한 거지. 그래놓고 마치 역차별에 항거하는 정의적 투사로서 각인되지.
자기 머릿속에서만. 처절한 약육강식의 논리에 기거하는 동물적 행동인데 말이야.
아! 그래서 너는 누군데 이렇게 통렬한 비판을 해대냐고? 너도 모사작가 아니냐고?
응 맞아. 하지만 나에게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왜냐면 내가 여기서 가장 잘 살거든. 인쇄술과 미디어를 자유자제로 사용하는 남자.
똥부터 깡통, 연예인까지 세상 모든 작품은 내 예술의 소재가 되지. 그래 나야. 그 이름도 찬란한 팝 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