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르는 타인끼리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과 더불어 온전한 인격 속에서 한 점의 거짓도 없이 서로서로의 약속을 신성하게 받아들이고, 손과 발이 닳을 때까지 노동으로 밥을 벌어먹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다가, 마치 하나의 낡은 의복이 불에 타 사라지듯이 감사하는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그들은 이미 가족이 아니라 하나의 성인(聖人)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엄격한 수도원인 셈이다.
- 산중일기 中
탄핵정국 소용돌이 안에서 하루에도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뉴스를 접하다 보니 날짜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수용할 수 있는 한계 너머의 정보 에너지는 이해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탄핵소추안이 지난주 1차 부결되고 오늘밤 2차 표결에 부쳐집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힘들다'라는 말의 어원은 '힘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힘을 씀으로써 사실은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운동을 할 때 조금씩 무게를 올려 지금의 근육을 찢어놓으면 근육이 다시 붙는 과정에서 조금 더 커지듯이 오늘의 역사적 고통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역치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김장을 하는 편한 세상입니다. 어젯밤 절임배추가 도착하도록 일찌감치 주문을 맞췄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조금씩 재료 준비와 손질을 마쳤습니다. 오늘 아침 탄핵안 재표결을 앞두고 심란한 마음으로 뉴스를 들으며 김장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