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선을 넘었다

무관용이 필요하다


윤석열은 사임하지 않는다.  협치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행하려고 권력을 휘두를 뿐이다.  '윤석열이라는 병'은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서 떼어내야 끝낼 수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 일은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할 수 있다.  헌법은 두 기관에 그럴 권한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는 하지 않는다. 국민이 만장일치에 가까울 정도로 뜻을 모아 압력을 넣어야 마지못해 미적대며 한다.  그렇게라도 하면 다행이다.  그보다 나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준비를 할 12월에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이라는 소용돌이 안에 있다.  시민들의 일상과 안녕을 위협에 빠뜨린 사건의 주역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비극이다.   국가의 대외 신임도에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뼈아프게 후퇴시켰다.



학식 있는 전국 교수들이 한 해가 저물 무렵 뜻을 모아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도량발호(跳梁跋扈)’가 1위를 차지했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전까지 반영한 것이라고 하니 이번 사태는 선정된 사자성어를 재차 확인시켜 준 권력의 사적 남용의 결정판인 셈이다.  



유시민 작가는 윤석열대통령을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 같다고 표현했다.  '의도'가 아니라 '본성'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 것이다.  도자기가 깨지는 것은 그의 의도와 무관한 '부수적 피해'일 뿐이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그는 지난 2년 반이상을 대부분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이권을 챙겼다.  시민들은 더 이상 그의 리더십과 통치 능력을 거부했고 국회는 지난 14일 탄핵했다.  무엇보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윤석열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사고의 결과물이 탄핵사유다.



리더의 비정상적인 사고는 왜 위험한가.  '인간이하'의 저자 '데이비트 리빙스터 스미스'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위험성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자신의 행동이 잔인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은 쉽사리 끔찍한 행동에 빠져든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도덕적 감각이 부족하다(정신의학의 전문용어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색맹인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맹목이다.  그래서 잔인성의 개념이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그들은 죄책감을 느낄 수 없고 양심에 거리낌 없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드물다.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적 억제를 선택적으로 해제했기 때문에, 극도로 잔인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여기서 비인간화가 등장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으로 확증편향(確證偏向)적인 가치관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신념하에 옳다는 정보에만 주목하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 위험하다.  그러한 자아상을 유지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막대한 권력까지 쥐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마지막 분단국으로 70년 넘도록 휴전 중이다.  대한민국 남성은 모두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지키며 군사력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의 강한 국방력은 전쟁 억지력을 증명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제 활동하기 위한 보증서였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외부의 적과 맞서기 위한 군인들을 정치 도구로 동원한 이번 사건은 결코 용서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이 비정상적인 사태를 직면하면서 깨닫는다.  우리의 삶에서 강함과 약함은 힘과 권력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사건 앞에서 우리가 취하는 태도에 따라 정의된다는 사실이다.  큰 고통과 상처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대면할 용기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시민 스스로 자유를 수호하려는 능력을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시대정신으로 자리한 것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금 불안과 분노의 양가감정을 부여잡고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마음을 유지한 채 공정한 수사와 합당한 헌재의 결정을 냉정히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은 말한다.  선을 넘은 그들에겐 무관용만이 답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