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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후 문득 깨닫는 것

확신은 타인으로부터 얻는 게 아니다


不患人之不已知 患不知人也 (불환인지부기지 환불지인야)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


-논어 학이 16장





올해 부서이동 후 작은 아들은 매일같이 야근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휴일도 반납하기까지 한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보이던 아들이 전형적인 직장인의 얼굴로 현관문을 열며 귀가를 알린다.  회사로 퇴근하고 집으로 출근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아들은 마음의 족쇄가 회사에 있다.  입사 6년 차로 접어드는 중간관리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위아래로 피드백을 하며 중추적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은퇴를 한 우리 부부는 생활패턴이 아들의 출퇴근의 시간대로 맞춰져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그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양식이 자리하게 되었는데, 올해 들어 부서이동 후에는 퇴근하는 모습을 자주 놓치고 있다.  명랑한 아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이마저도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다.



두 아이들이 수능이라는 입시의 레이스를 달릴 때 기계처럼 작동하던 나의 생체시계가 나이가 들면서 수면 양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오후 10시가 넘으면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어느새 잠이 든다.  그러다 문득 놓친 사람처럼 깨어나 아들이 귀가했는지 확인하고 다시 눕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과 같은 시간을 호흡하며 일상을 맞추던 시기가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나는 조용한 반복적인 일상의 흐름이라면 아이들은 매일매일이 생산적인 운동선수와 같이 시간을 쪼개며 보내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한창 오전 일을 할 시간대에 작은 아들이 전화가 왔다.  급한 전화가 아니라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냥 엄마와 잠깐 잡담을 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나의 머릿속은 반가움과 뒤섞여 온갖 생각의 덩어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두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미에 이 말을 꺼낸 것은 기억이 난다.  


"오늘 네가 갑자기 전화를 하니 입시로 힘들 때 학교기숙사에서 통화하던 때가 기억이 나네."


입시의 부담감이 갈수록 커질 시기에 노력한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자 당시 작은 아들은 잔뜩 예민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기분은 부작용으로 말수는 줄어들고 예민함의 극치를 달리던 때였다.  지지하는 가족은 옆에 없고 반복되는 문제지 풀이에 지쳤던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떨어져 있는 아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었던 안타까움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왜 다 큰 아들의 전화 한 통에 입시에 찌들었던 시간이 소환되었을까.  나는 아마도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에 구겨 넣듯 공부하던 당시의 아들과 타인지향형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회의감으로 찌든 모습과 겹쳐 느꼈던 것 같다.



아들은 다행히 엄마의 비유에 폭죽이 터지듯 웃었다.  고등학생시절 아들의 웃음소리였다.  우리의 대화는 갑자기 가벼워졌고, 웃었고, 즐겁게 통화를 끊냈다.



우리가 살면서 기운을 받고 싶을 때는 언제일까.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다고 확인받을 때다.  자신의 이상적 수준과 현실의 격차가 너무 커서 그 사이를 도저히 메울 수 없을 때 우리는 우울감과 좌절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실 심리적인 것이다.   자신에게  진실되고 왜곡되지 않는 길이라 믿는다면 견딜 힘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한계를 인정하고 고쳐 나가려는 노력의 중요성이다.  자신의 실력은 결국 내가 겪어내고 버텨온 지난한 시간들의 누적의 힘이기 때문이다.  남의 비난이나 칭찬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참모습을 믿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엄마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엄격하게 설정해 둔 것을 해제할 시기가 되었음을 느낀다.  아이들은 더 이상 입시생들이 아니다.  서서히 분리되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더 독립적이고 더 자립적이며 사회에 호응하되 비판적인 존재로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만이 내게 남은 사랑의 효용가치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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