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나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한다
정신분석의 핵심은 무의식입니다. 무의식은 꿈과 말실수와 농담을 통해 의식의 틈으로 새어 나옵니다. 무의식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통제되지 않는 우리 안의 필연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자아는 모방하고 거짓말을 하는 구조입니다. 개인의 진실을 감추는 것이 자아의 특기입니다.
며칠 전 동네 떡집에 들려 인절미를 두 팩 구입한 적이 있다. 주인아저씨는 핸드폰으로 무언가 조작 중이었는데, 동작을 멈추고 내 카드를 받아 카드 단말기에 긁고 결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순간 화들짝 놀라며 미안하다며 금액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떡값을 입력한다는 것이 스마트뱅킹 암호를 입력했던 것이다.
이것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다. 특정 무의식이 작동한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은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고 골치 아픈 영향을 끼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에 대해 평생을 분석하고 연구한 심리학자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주변 환경이나 타인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무의식을 포함한 정신구조가 그 사람의 인생을 이끌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정신구조를 밝히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삶이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전집(50년에 걸친 환자들과의 임상경험)의 사례를 모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정리했다. 방대한 기간 동안 '정신분석'을 연구하며 자신의 이론을 다듬고 발전시켰던 집요한 과정을 읽으면서 그동안 편협적으로 오해하며 거리를 두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라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인간의 생각은 노력하고 공부하는 성장과정에서 변하고 수정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신념처럼 확고해지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성 이론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세공포 그리고 언어유희에 대한 이론들을 정신분석의 중심 개념들로 정의한 후 평생 사수했다. 평생에 걸쳐 수많은 이론들을 제기하고 수정하고 심지어 폐기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의 삶과 이론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자신의 인간적인 죄책감, 열등감, 대인관계에 있어 실패등도 가감 없이 보여줘서 좋았다.
저자는 단순히 프로이트의 전집을 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의 수제자였다가 파경에 이른 '칼 구스타프 융'과 프로이트의 계승 분석가를 자처하며 프로이트로의 복귀를 외친(제대로 읽기) '자크 라캉'의 이론도 함께 소개하며 내용을 풍부하게 다듬었다. 비교만큼 대조해서 프로이트를 이해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예컨대 프로이트에게 '꿈'은 미래가 아닌 우리의 과거를 담고 있다고 믿었고 그 안에는 우리의 소원들이 녹아 있다고 보았다면, '융'은 무의식이 꿈을 통해 조언을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융은 무의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해석했다. 프로이트는 과거를 말하고 융은 미래를 말하는 격이었다. 이후 융은 분석심리학을 창시하였고 그들은 서로 교류하지 않는 물과 기름의 관계가 된다.
프로이트가 남긴 업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이전까지 존재하였지만 알지 못했던 무의식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선각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로이트로 돌아가라'는 프로이트의 후예인 라캉의 해석을 통해 프로이트의 이론을 품위 있게 승화시킨다.
라캉에 의하면 무의식은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라캉은 프로이트의 업적이 사실은 언어학과 연관된다고 설명한다.
문장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주어 옆에 서술어를 쓰고 하나의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넣을 수도 있지요. 무의식 안에 들어 있는 덩어리들도 그러한 방식으로 연결되거나 함께 나열되거나 대체됩니다.
프로이트는 이 덩어리들을 표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미지, 소리 등이 들어 있는 일종의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들이 의식의 틈을 뚫고 증상, 꿈, 말실수 등으로 표현될 때 우리는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음을 할게 됩니다.
라캉은 프로이트가 성이론에만 매달린 외골수가 아니었으며 그의 성이론은 정신분석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자아, 이드, 초자아 그리고 프로이트가 자주 언급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성, 항문 성애 등의 개념들 중심에는 '사람들의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그의 정신분석은 일상생활 전반에 적용하여 보편적인 도구로서 사용되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의 사례들보다 방법론에 초점을 둬야 한다.
프로이트는 수많은 히스테리 환자들의 증상들을 분석하면서 '정신분석'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다. 이들의 무의식(생각, 기억)은 개인적인 아픔이 대부분으로 학대, 성폭력, 사회관습적인 억압 등의 피해자였다. 프로이트는 이와 같은 불쾌한 감정들이 생각의 파편 덩어리로 무의식에 처박혀 있다고 보았고 이를 '표상'이라 표현했다.
'표상'은 머릿속의 생각덩어리들로 이미지, 정서, 언어, 냄새, 소리 등 불안과 상처, 욕구의 형태다. 이는 그대로 잠들어 있지 않고 신체적 증상인 불안증, 히스테리, 강박증, 공포증 등 한 사람의 인격이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시 과도한 흥분상태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히스테리'라는 진단명을 두었고 프로이트는 환자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해석하며 연구소재로 삼았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언어화하지 못함으로 히스테리라는 증세가 발현되었다고 본 것이다.
히스테리 환자들의 사례는 무의식을 과도하게 방어함으로써 특정 신체적 증상을 보였다. 많은 무의식의 환자 사례들도 흥미로웠지만 나는 프로이트의 자전적 무의식 망각 사례를 놀랍게 읽혔다.
프로이트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환자'의 사례를 고백한다. 그는 6개월 전 매일 방문했던 14살 소녀 환자를 프로이트는 예약 기록지를 보면서도 낯설어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히스테리 증상의 하나로 복부통증을 보인 환자였는데 치료 후 호전되어 종결했는데 두 달 뒤 소녀는 사망한다. 사실 그녀의 복부통증은 악성종양이었던 것. 그는 히스테리증상에만 초점을 둔 그는 자신의 오진 때문에 소녀가 죽었다는 고통에 소녀이름 자체를 망각하기로 무의식이 발동했음을 알게 된다.
프로이트는 '자유연상'이라는 정신분석 도구를 통해 히스테리 환자들의 무의식을 읽어냈다. 정신분석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학문이며 유일한 도구는 '언어'라는 사실이다. 언어는 정신분석이 가진 유일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사실 가장 불리한 수단이기도 하다. 왜곡하고 거부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숨기고 싶어 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분석하려 용기를 낼 때 우리는 드디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 프로이트가 평생에 걸쳐 증명하고자 했던 결론이다.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억압된 것은 분명히 회귀된다는 무서운 뜻인데 정신분석의 중심주제이기도 하다. 내가 피해 달아난 모든 것이 결국 내 종착역이 된다는 의미다. 결국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그것은 언젠가 가장 난처한 시기에 내게 돌아온다.
정신분석은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것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숨기지 말고 마주해야 한다.
반복되는 꿈을 꾼다면, 반복되는 실수를 한다면,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면 잠시 멈추고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사색해야 한다. 그 시간을 가져야 만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인생의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