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음
아침 7시 30분
- 얘들아 일어나자. 학교 가야지
35분
- 일어나라
45분
- 야!!!! 학교 안 가냐!!!!
결국엔 조급함으로 가득 찬 크레센도 목소리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1. 엄마 아침은 뭐예요?
- 카레
3. 난 짜장이 좋은데
- 응 넌 짜장
2. 엄마 씨리얼 없어요?
나도 자고 일어나서 온몸이 물먹은 솜뭉치마냥 피곤한데 이 녀석들 아침부터 찾는 메뉴가 다양하다.
- 물병 챙겼어? 마스크는? 어제 숙제한거 챙겼니? 양말 신고 가라. 야!! 책가방은 메고 가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는 초딩 삼형제가 무사히(?) 등교했다.
1. 엄마 오늘 학원 안 갈래요.
2. 방과후 끝나고 공부방 가기 싫어요.
3. 오늘 태권도 하루 쉬면 안 돼요?
학교가 끝나는 시간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아 제발, 원래 계획대로 좀 해주라. 이러라고 사준 핸드폰이 아닌데 너희들 참 유용하게 잘 써먹는구나. 자 각자의 자리로 가자.
2. 엄마 저녁은 뭐예요?
1. 난 안 먹고 싶어요.
3. 엄마 밥 말고 과자랑 우유 먹어도 돼요?
절대로 주는 데로 안 먹는 삼형제. 저녁식탁에 앉기까지도 쉽지가 않다.
저녁을 차려주고 작업방에 앉아 한숨 돌리고 있는데 첫째가 다급하게 날 찾는다.
- 엄마 셋째가 머리에 슬라임 붙였어요!!!!!
OMG.....
- 왜...... 그러는 거야?
- 모자처럼 써보고 싶었어. 근데 모자 같지는 않네?
뜨뜻한 물로 벅벅 머리 감겨 슬라임 처리 해주고 나머진 네가 씻으라고 나왔는데 둘째가 소리를 지른다.
- 엄마 형아가 나 괴롭혀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해요!
- 아니 엄마아!! 그게 아니라!!
기가막혀 웃음이 터졌다. 한 놈은 머리에 슬라임을 범벅하고 한놈은 엉엉 울고 있고 한 놈은 일러바친 동생을 노려보고 서있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집이지>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우리 집. 그런데 희한한 건 복작복작 삼형제가 없으면 너무 적막하고 심심해서 금세 또 보고 싶어 진다.
엄마의 마음은 갈대만도 못한 걸로,
- 적당히들 싸워라, 어차피 또 같이 게임하고 놀 거면서 왜 그렇게들 싸워
- 이제 안 놀 거거든요?
10분도 못 갈 거짓부렁을 하는 첫째와 둘째, 자라고 들여보낸 침실에 한 이불을 덮고 꼼지락꼼지락 장난을 치고 있다. 엄마 아들들 아니랄까 봐 이런 거도 닮았네.
오늘도 수고 많았다, 잘 자고 좋은 꿈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