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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꿈 Aug 26. 2023

아기는 어떻게 배우는가

아이는 지도를 갖고 태어난다

어느덧 8개월에 접어든 우리 아기는 이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잡고 일어서려고 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두 발로 걸을 준비를 한다. 차근차근 두 다리 힘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띄어본다. 다리 힘이 부족해서 넘어져도, 균형이 흔들려도 매일매일 연습을 반복한다. 묵묵히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주변 엄마들이 슬슬 몬테소리, 발도르프 같은 교육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걷기 시작하는 아기에게 교육이 가능한가? 아기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아기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나 사교육화 된(일명 전집팔이, 교구팔이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영유아대상 교육에 대해 회의적이다.

양육자의 불안감을 이용하여 마치 교구구입 및 방문수업 등을 하지 않으면 아이가 뒤처질 것 같고, 아이에게 부족한 양육자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36개월 미만의 아기는 그렇게 해서 배우지 않는다.


 아기는 자연스럽게 배워나간다.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며 자기 스스로 배워나간다. 바닥을 닦는 내 모습을 보며 호기심 가득하게 쳐다보고 자신도 물티슈를 만지고 싶어 한다. 커피를 가는 그라인더 소리를 듣고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갸우뚱거리며 쳐다본다. 책을 읽고 있으면 엉금엉금 기어 와서 자기도 책을 보고 싶다는 듯이 힐끗거린다. 라서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제공과 모방을 가능하게 해주는 양육자이다. (이러한 것은 값비싼 교구와 전집,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30분 오는 교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매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자기만의 지도가 주어진 것처럼 말이다. 어른들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아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 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새 아기는 기고 걷고 뛰고, 혀의 움직임을 익히고 단어를 알아듣게 된다. 이러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를 부모도 편안한 마음으로 믿어주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기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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