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소중한 습관이 나의 미래를 만든다
후~~~ 후~~~ 캄캄한 방 안에서 뭔가 허공에서 어슴푸레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뭐야? “앗! 놀랐어요? sorry” 나도 모르게 잠자리에 누우니 깊은 호흡과 함께 팔과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남편의 어린 시절 고향 친구 부부 동반 모임으로 1박 2일 여행 중이다. 여자들은 방에 남자들은 거실에 모여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늦은 시간 다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어둠 속에서 내뱉는 호흡소리와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고 맞은편에 누운 k가 놀란다. 순간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나이 들면서 매일 꾸준히 이어지는 좋은 습관을 하나씩 만들려 노력 중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곧바로 양치 후 따뜻한 물 마시기, 아침저녁 잠자리에서 스트레칭하기, 자칫 무료하기 쉬울 노후의 삶에 낭만을 첨가하기 위해 배우는 기타 연습하기, 버킷리스트인 기타 거리공연의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하기, 사람들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퇴근 후 탁구 한 시간 하기, 녹슬지 않은 두뇌로 생각하는 노인으로 살고 싶어 책 읽기에 글쓰기도 습관으로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아침저녁 잠자리에서의 스트레칭은 성격도 급하고 바쁜 나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인지 몸이 알아서 움직여 준다. 하나씩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루틴을 즐기다 보니 몸이 미세하나마 변화되는 느낌이다. 근력운동과 아침저녁 스트레칭 등의 틈새 운동으로 아파트 관리동 2층에 있는 탁구장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콩콩콩 가벼워졌다. 기타 코드 잡는 손가락이 뻣뻣하게 관절염이라도 걸린 것 같았는데 매일의 연습 덕분에 움직임이 부드럽고 매끄러워진다. 매일 20분을 투자한 영어도 발음이 자연스러워지며 자신감도 생긴다. 이젠 노랑머리에 코 큰사람들이 조금은 덜 무섭다. 퇴근 후 한 시간의 탁구 운동으로 불면의 긴긴밤 힘들었던 악몽에서 해방되었다. 덕분에 하루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리고 개운하게 꿈나라에 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울퉁불퉁 복근이 선명 한 할머니의 모습도 살며시 꿈꿔본다.
이런 몸의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 보고 싶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직업병인 근골격계 환자가 많다. 근로자 건강센터에서 가끔 파견 나와 교사들의 근골계 운동을 지도해 주신다. 강사님이 필요할 때 찾아오라던 말이 생각났다. 문의해 보니 한 달에 한 번씩 센터에 방문해서 근골격계 상태 체크도 하고 근무 중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도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이 있단다. 첫 회 방문에서 in body (체성분분석기)와 ex body (체형분석기)로 현재의 몸 상태를 체크해서 저장해 놓고 매달 변화된 모습을 비교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신청 후 중간중간 틈새 운동을 꾸준히 했다. 한 달 후 두 번째 방문에서 앞으로 2밀리 굽었던 체형이 정상 범주로 돌아와 줬다. 잃어버린 키 1.9센티미터 미터 중 3밀리를 찾았다. 나도 모르게 야호! 하고 소리쳤다. 세 번째의 방문에서도 또 3밀리의 키를 찾아 총 6밀리의 줄어든 키를 찾은 것이다. 느낌으로만 느꼈던 변화된 모습을 수치로 확인하고 나니 변화에 대한 확신에 점점 더 큰 기대로 운동을 즐기게 된다. 스트레칭으로 체형은 변화되지만, 체성분은 더 좋아지지 않는다.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체성분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단다. 근력운동이 필요하다. 스쾃과 짐볼로 근력운동을 틈새 운동으로도 추가시켰다. 혼자 하는 근력운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평생학습관에 시니어 필라테스를 신청했다. 다음 달 체성분 분석에서 조금이라도 좋아진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시니어 필라테스를 참여하며 근력 강화를 위해 자투리 시간 틈만 나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고 싶은 책 읽기와 글쓰기는 아직 쉽지 않다. 책장을 펼쳐놓으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매일 책을 읽기 위해 그날 읽은 책을 그날그날 간단히 메모로 남겨 정리해 보자 마음먹었다. 쓰기 위해 읽어야 하니 읽기, 쓰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으리란 얄팍한 기대감으로 시작했지만 두 마리 토끼는커녕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다. 혼자서 하는 것은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혼자만의 습관으로 굳어지기까지는 공공(公共)의 프로그램에 함께 기대어 가야겠다. 하루하루를 꾸준한 운동과 새롭고 다양한 활동으로 채우다 보면 노년의 삶은 심신(心身) 모두가 건강하고 활기차며 멋지게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 노년의 행복하고 활기찬 삶을 위한 나의 하루는 오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늘 밤도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뜨며 한 마리 토끼라도 잡아 볼 심산으로 책을 펼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