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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Nov 25. 2024

실버프로그램 맛보기

노인의 세계로의 입문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밥 한 숟가락 줄이고 걸음 한 걸음 더 걷기’로 마음먹었다. 오래 타오던 애마도 과감히 멀리 떠나보냈다. 한 걸음이라도 더 걷기 위한 준비다. 운전하는 것을 썩 즐겨하지도 않거니와 운전할 일이 많지도 않다. 곁에 노 기사님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출·퇴근은 딱 한 정거장 거리를 건널목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면 구천육백보다. 이제 그나마 하던 일도 서서히 정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더 이상 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배 둘레 햄이 자꾸 불어난다. 고민이다 예전 같으면 식단 조절과 간식 조절에 조금만 신경 쓰면 정상 범위로 돌아오던 뱃살이 이젠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틈새 운동을 짬짬이 했다. 먹는 것도 줄이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뱃살은 쉽게 줄지 않는다. 고민하던 중 직장 근처에 있는 평생학습관에서 실버 필라테스 수강 모집 공지가 문자로 날아왔다. 육십 새 이상 신청할 수 있으며 무료란다. 시간도 좋다. 점심 식사 후의 40분의 수강이다. 잠시 시간 내면 가능할 것 같다. 내 나이가 벌써 실버 란 제목의 프로에 참여할 수 있다니. 삶의 반환점을 돌고 있구나 싶다. 나도 모르게 실소가 입가에 새어 나온다. 이제 나도 실버 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첫 강습 시간이다. 처음 접해보는 노인들만의 활동이다. 머리가 하얀 어르신도 여러분 눈에 띈다. 족히 팔십 대는 되어 보인다. 내 머리카락은 염색 덕이지만 검다. 아직 어린 느낌이다. 간혹 나보다 더 젊어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왠지 내가 올 자리가 아닌 것처럼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어색하다. 조용히 구석 자리에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쪽저쪽 둘러보았다. 첫 수업인 듯 나처럼 어색해하는 사람도 더러 보인다. 이미 여러 회기의 수업에 참여해서 안면이 있는 듯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해 보이는 사람도 많다.          

 쭈뼛쭈뼛 첫 수업은 어색했지만, 조용히 강사님의 지시대로 따라 했다. 젊고 예쁜 강사님께서는 처음 온 사람을 배려해서인지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다. 육십 대 초반부터 어림짐작 팔십 대 정도 보이는 어르신들로 나이 폭이 크다. 되도록 쉽게 코치해 주신다. 누구나 무리되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다. 첫 강습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며칠은 허벅지도 당기고 배도 당긴다. 그간 내가 근력운동을 얼마나 안 했는지를 허벅지와 배가 말해준다. 운동에 대한 효과라 생각하니 약간의 통증이 살짝 기분을 좋게 느껴진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강습이다. 설렘과 기대 속에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 서로 “언니 주민등록번호로 등록했나요? 너무 젊어 보여요.” 하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점차 익숙해져 간다.

   

 실버의 세계를 알아가며 익히느라 어정쩡한 사이 두 달이 쏜살같이 지났다. 두 달간의 한 회기 필라테스 강습이 끝나버린 것이다. 직장 일도 바빠지고 더는 시간 내기가 어려워졌다. 다음 회기의 실버 필라테스 신청은 다시 하지 못했다. 계속할 수 없음이 못내 아쉽다. 머지않은 날에 퇴직하고 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다 그때 뵙자 인사하고 두 달간의 짧은 실버 필라테스를 맛보기만으로 끝냈다. 이제 막 친숙해지고 적응될 만한데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이다. 퇴직하고 나서의 슬기로운 실버 생활을 상상해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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