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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Dec 09. 2024

변화에 유연한 삶!

신, 구 세대의 조화

왜 제 바지를 저 친구한테 다려 달래요?” 아들아이가 결혼 후 첫 설 명절을 맞았다. 설 전날 집에 와서 하룻밤을 보낸 뒤 차례를 지내고 처가댁에 가려고 준비하는 아들의 바지가 바닥에 구겨져 있다. 그걸 본 남편이 며느리에게 다려 달래서 깨끗이 입고 가라 말한다. 그 말에 아빠한테 한 아들의 대답이다. 남편과 나는 순간 싸한 느낌으로 서로 바라보았다. 며느리도 약간 당황한 표정이다. 아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나 왠지 차갑게 느껴진다. “그럼 네가 다려 입고 가던지”아들은 어설픈 솜씨로 바지를 다리기 시작한다.

   

“아버님 저도 다림질해보지 않아서 잘하지 못해요.”하고 며느리가 겸연쩍게 말한다. “사실 엄마도 다림질 잘 못 해 그럼 우리 집에서 다림질 제일 잘하는 사람은 아빠네”하고 내가 말했다. 아들의 어설픈 다림질을 보던 남편이 “비켜 봐”하고는 다리미를 뺏어 들고 구겨진 바지를 반듯하게 다려준다. “우리 아버님 멋지세요. 감사합니다.”그래 아빠가 최고다 “ 모두가 웃으며 짝짝짝 박수를 쳤다. 그렇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다. 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새사람이 들어와 아직 적응도 되기 전인데 약간 어색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서로가 솔직히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잘 넘겼다. 참으로 다행이다. 

   

친정의 장조카가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몇 해 전 엄마가 돌아가신 조카라 늘 마음이 쓰였다.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니 집안의 경사 중 경사다. 그런 조카가 결혼 후 “고모 저는 울 엄마 제사 준비로 제 아내 고생 안 시켜요. 제사 전문점에 주문해서 지낼 거예요. 양도 적절하고 깔끔하고 오히려 돈도 덜 들어요.”한다.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 그것도 지혜로운 방법이구나.”얼른 인정해 주고 생각해 보니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맞는 적절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영양학을 전공한 조카는 대기업 영양사로 근무한 경력도 많으니 믿음직하다. 며느리가 얼굴도 보지 못한 시집 어른 제사나 모시러 결혼하는 건 아닌 세상이다.

   

맏며느리로 제사에 시댁 일에 고생만 하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나 종갓집 큰며느리로 시집간 고모 보면 매번 제사에 치여 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자기는 장손이라도 아내에게 시댁 제사에 대한 부담은 안 주려고 마음먹었단다. 요즘 아이들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처신한다. 우리 기성세대도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조카들과 질부(姪婦), 질서(姪壻)와 같은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재미있다. 그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도 많다. 그들의 사고에 깜짝 놀라며 당황할 때도 더러 있지만 뒤집어 깊이 생각해 보면 그들의 사고가 옳음을 깨닫고 받아드려 변화하려 노력하는 경우가 흔하다.

   

나이 들수록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겠다. 굳은 사고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지식한 노인이 되어 젊은이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외롭고 고독한 노년을 보내지는 말아야겠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좋은 것은 얼른 받아들여 시대에 뒤지지 않는 삶을 살자 생각한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그 변화에 맞춰 따라가려니 하루하루가 바쁘다. 오늘도 유연한 사고로 변화하는 세상을 배우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귀동냥 눈동냥을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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