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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Mar 06. 2024

정치와 권력

정치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대통령, 국회, 집회, 외교, 전쟁 등을 떠올릴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정치,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많이 쓰지만 사실 명확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치인들이 사회의 이해관계를 조정 또는 통제하는 일,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기 위한 활동 등을 일컫는다. 이 역시 굉장히 추상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이렇듯 정치라는 용어 자체는 다양한 집단, 사회, 세계 곳곳에서 광범위한 의미와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별이다. 모든 종교적, 도덕적, 경제적, 인종적 또는 그 밖의 대립은 그것이 실제로 적과 동지로 분류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경우에는 정치적인 대립으로 변화하게 된다.’고 정의했다. 실제 정치는 어떤 체제나 제도를 채택하고 있든 간에 분명 전쟁과 비슷한 면모가 존재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선거 국면에서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상대 정당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독재자나 집권당에 반대하는 세력은 숙청되거나 제거된다.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에서 대통령·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등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느껴진다.      


다만 정치를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만으로 정의하기엔 현대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대부분의 갈등 요소는 복합적이고, 단순 명료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의 예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는 효율성 대 비효율성, 도덕적으로는 선과 악, 미학적으로는 아름다움과 미움으로 나눠보자. 그럼 비효율성, 악, 미움은 모두 반드시 적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으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도덕적 기준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답지 않은 모든 것을 부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정해야 할 어떤 정치적 사안이든 한 가지 측면만이 존재할 리가 없다. 정치체제에 있어 민주주의는 가장 비효율적이지만 최대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반면 권위주의는 가장 효율적이지만 최소의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 결과다. 어떤 것이 반드시 선이고, 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반적으로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겠지만 전쟁 와중에 미사일을 쏠지 말지를 두고 투표를 하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가정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효율성을, 누군가는 사회적 합의를 더 높은 가치로 여길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은 시대, 역사, 전통, 문화 등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정치를 한마디로 가장 잘 정리한 말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정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만약 무인도에 혼자 살고 있다면 당연히 정치는 할 수 없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집단을 형성했을 때 정치가 이뤄진다. 여기서 정치란 사회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집단 내부 또는 집단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 인지가 핵심이다. 국가 단위에서는 개인에게 세금을 얼마나 부과하고 어디에 사용할지, 회사 단위에서는 이익 창출을 위해 최우선 순위 과제로 무엇으로 선택할지, 가정 단위에서는 생활비·교육비를 얼마나 쓸지 등이 해당된다.       


정치적 결정은 대화부터 폭력까지 다양한 수단을 통해 도출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끊임없는 조정과 합의를 거쳐 최종 방안을 찾아낸다.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대통령·국회의원의 선출, 입법, 사법, 행정, 집회, 언론 등을 생각하면 된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강력한 권력이나 다수에 의한 억압, 폭력 등이 동원돼 결론에 도달한다. 여기서 권력은 상대방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을 떠올리면 단번에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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