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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춘한 Sep 14. 2023

보수주의

보수주의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피하고, 기존의 체제의 유지·발전을 추구하는 이념이다. 1790년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 이후 사상적 토대를 갖췄다. 1818년 프랑스에서 왕당주의 운동 기관지 ‘보수주의자’가 발간되면서 보수주의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귀족 계급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에 대항해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이념으로 발전했다.      


보수주의의 중심 주제는 전통주의, 인간의 불완전성, 유기체론적 사회관, 위계질서와 권위, 재산이 있다. 전통주의는 급격하고 대규모적인 변화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전통은 과거의 축적된 지혜이며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응집력의 원천이 된다. 결국 사회의 급진적 변화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므로 점진적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보수주의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한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기반으로, 개인들은 안전 추구의 심리를 갖고 있다. 그만큼 사회 변화는 온건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로써 구성요소들이 하나하나 매우 복잡한 관계로 이뤄졌다고 인식한다. 유기체론적 사회관에 따르면 서로 연결된 부분들을 함부로 떼어내거나 바꾸기 어렵고, 다른 환경으로 옮겨졌을 때 잘 적응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마다 이어져온 전통적 기본질서의 차이는 존중되고 보존돼야 한다.      


보수주의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신체, 능력, 성격 등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계층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며, 자발적으로 통치를 받아들이는 권력관계가 성립되고 권위가 제도화된다. 개인의 재산권과 안전은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나친 개인주의, 무절제한 경쟁 등 자유방임에는 반대한다.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며, 온정주의적 관점에서 최소한의 국가 개입은 허용될 수 있다.      


보수주의는 다른 사상들과 결합하며 진화해 왔다. 자유보수주의는 보수주의의 가치와 고전적 자유주의와 결합한 이념이다. 특히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시장경제 체제를 적극 수용했다. 보수주의의 기초인 전통, 종교, 도덕성 등을 옹호하면서도 개인의 책임성, 시민권, 제한된 복지국가 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표적인 정당으로는 영국의 보수당, 프랑스의 공화당, 독일의 기독교민주연합 등이 있다.    

  

사회보수주의는 보수주의와 사회적 가치가 혼합된 분파다. 사회적 가치란 가족, 종교, 문화 등을 의미하며 기존의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안정을 추구한다. 유럽에서는 20세기 초반 기독교 성향의 보수적 노동자 정당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후반 연방 정부 차원에서 전통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입법이 활발해지면서 대두됐다.      


국민보수주의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보수주의의 한 갈래이다. 전체주의, 인종주의 등 과격한 민족주의 성향은 아니며 합법적인 방식을 지향한다. 통상적으로 국민단결, 국교, 반이민정책 등을 내걸고 있다. 특히 이민 제한은 공동체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정책으로 여겨진다. 이민자들이 늘면서 사회적 비용 급증하고, 복지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적으로는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경제 발전을 추구하나 국가별로 일관된 경향성을 찾긴 어렵다.      


신보수주의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정책 기초를 따르는 이념이다. 기존 케인즈학파의 큰 정부, 복지 확대 등을 비판하고 작은 정부, 시장의 부활, 재산권 우선 등을 주장한다. 신보수주의는 20년 이상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적극적인 군사·외교정책을 감행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3년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다.       


녹색보수주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보수주의이다. 원래 보수주의는 자연을 정복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환경 문제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환경 파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중심 의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 해결 방식에서는 각종 규제와 생태계 보전을 주장하는 좌파 정당들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녹색보수주의는 시장주의에 입각해 점진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녹색보수주의 정당이라고 평가받는 정당은 거의 없으며, 각국의 정당에서 일부 계파들이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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