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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의 시대가 아닌 의미의 시대

가치 소비

고객과의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 잔소리로 들릴 만큼 지겹게 듣고 계시겠지만 하얀 종이가 까맣게 될 때까지 반복해서 써도 좋을 만큼 핵심이 가득 담긴 문장이니 반복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자,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깊게 살펴보면 좋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비의 기준이다.

이전 챕터에서 고객들은 이제 품질과 가격보다는 가치에 의미를 두고 있다 말씀드렸었다. 소비의 양극화 현상으로 크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되는 카테고리는 싸고 적당한 수준의 품질을 가진 제품이면 적절한 소비로 인식하고, 반대로 내가 가치 있다 느껴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해도 후회가 되거나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나의 목적과 가치관에 부합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아주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제품들은 이미 제품을 결제할 것인지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였거나, 고객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서 벗어난 제품인 것이다. 즉, 가격이 비싸다 생각하는 것은 그 제품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각 개인의 성향상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을 먼저 확인하는 고객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고객들조차도 가격과 상관없이 비싼 것을 이미 알면서도 구입하는 제품들은 얼마든지 있다.


똑같은 문구여도 어떤 곳에서는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

똑같은 컵 이어도 어떤 곳에서는 세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


엄청난 기술이 집약되어 사용하기만 하면 압도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일까? 누가 봐도 놀라운 디자인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예술적 감각을 보유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분명 두 제품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를 부여한 제품은 품질도 더 뛰어나게 느껴지고 만족도 또한 더 높다. 사람은 시간과 돈을 쓰는 만큼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그 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을 결정한 자신 스스로에게 더 높은 차원의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나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입증하고 싶기에 스스로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들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했을 때보다 비싼 제품을 구입했을 때 더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명품 브랜드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이 현상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카테고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경쟁사를 둘러보면 분명 어딘가는 상당한 가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 있다. 가격도 괜찮고 품질도 나쁘지 않은데 사람이 뜸한 곳이 있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우리 조차도 고객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그렇게 소비하고 그렇게 느낀다. 가급적이면 의미를 부여해서라도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어떤가? 굉장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으로 보이는가?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결정에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래서 더 높은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했을 때 더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무조건 비싸게 팔아야지만 브랜드가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의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대로 고객들과 소통하겠다 하신다면 그 또한 전략적인 좋은 선택이다 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핵심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면 높은 확률로 고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여기서 '비싼 가격'이라는 단어로 말하고 싶은 핵심은 바로 사람의 본성 즉, 감성적 가치 기준이 이성적 가치 기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품질과 가격 그리고 판매에 집중하느라 고객들이 감성적 선택을 한다는 것을 간과한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우리 제품을 구입해 주고 우리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구매 여정 하나하나에 세밀한 감성적 디테일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소비해 주시는 고객들만 누릴 수 있는,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는 감성적이며 지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해서 고객의 의견과 방향성에 맞게 변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어렵다.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

이 어려워 보이는 감성적 의미 부여가 고객들과의 관계 형성이 깊어지고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문화로 자리 잡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은 더 이상 어려운 프로젝트가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미 고객들과 함께 시끌벅적 떠들기도 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이 더 쉬워지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SNS에 움직임이 없는 제품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고 고객들의 댓글 역시 달리지 않고 있다면 한 번쯤 이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정말 고객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에게 특별한 감성적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는지 말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정말 멋지게 맺어가는 브랜드의 특징은 SNS가 딱딱한 제품 컷으로 도배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여정이 SNS에 가득 차있다. 그리고 그 콘텐츠에 고객들은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장한 브랜드의 고객들은 소속감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소속되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우리 브랜드의 제품은 이제 단순한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연결 고리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그만큼 큰 의미가 부여되어 있기에 더욱더 애정을 가지고 브랜드를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브랜드가 여기까지 왔다면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브랜드가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사랑받기 원한다면 이제 단순 필요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저 당장 필요한 제품이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이 브랜드를 소비함으로 인하여 추억이 만들어지고 감성적인 만족감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말이다.


이제 이러한 감성적인 요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모든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브랜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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