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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오 Apr 22. 2023

이집트 여행 썰 푼다 - 끝

아스완에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이집션들은 대부분 진성 사기꾼들인데 볼수록 욕만 나온다. 일단 태워 놓고 돈 더 부르는 놈, 내릴 때 돼서 돈 더 달라는 놈, 돈 바꿔치기하고 못 받았다 하는 놈. 그리고 택시하면서 라이선스 없이 불법으로 하는 놈들이 많아 그 벌금까지 전가하거나 공항 가기 전에 멈추는 등 그냥 지들 마음대로다.


 가장 짜증 나는 점은 싫다고 해도 계속 따라오면서 끈덕지게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싫다고 최소 열 번은 말해야 떨어지는데 한 명 떨어지면 또 하나가 붙고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또 다른 하나가 붙는다. 안 그래도 뜨거운 날씨에 그렇게 들러붙으며 사기를 쳐대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나라 경제가 완전히 망한 상태라 그렇게라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당하는 나로서는 괴롭기 짝이 없다. 처음 며칠은 이렇게라도 해야 가족들이 먹고 살 테기에 그러려니 하려 해도 일주일 이주일을 그렇게 시달리다 보면 짜증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내 생각에 부처도 지금 이집트 여행 한 달만하면 쌍욕 박고 열반 못했다.


 무릇 자유란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행해져야 존중받을 수 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호객 행위와 사기를 치는 이집션의 생존권과 그냥 조용히 여행하며 적당한 팁을 주고 싶은 나의 자유가 상충되는데 무엇이 옳다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들도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을 테니. 사실 그들의 생활을 모르니 절실한지 아닌지도 잘 모른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얘네는 관광객 등쳐먹으며 나름 잘 먹고 잘살고 있을지도.


 어쨌든 나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나라에 태어나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의 여유가 있고 이들은 관광 외 모든 산업과 경제가 망한 나라에 태어나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고 믿자).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는지는 내가 선택한 것도 저들이 선택한 것도 아니기에 그저 이 모든 것을 운으로 성취한 나는 저들이 무슨 짓을 해도 참고 가엾이 여겨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어날 곳을 내가 택한 것이 아니듯 내가 태어난 것이 나의 잘못은 아닌데 그런 이유로 내가 모든 것을 참고 감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호객꾼 중 가장 곤란한 것은 아이들인데 잘 쳐줘야 5살 정도밖에 돼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길에서 돈이 있어 보이는 외국인들을 발견하면 달라붙어 돈을 달라하거나 물건을 사달라 한다. 적게는 한 두 명, 많을 때는 십 수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쫓아오며 '원 유로' 혹은 '원 달라'를 외친다. 중동과 아프리카 그 사이 어디 즈음의 외모를 가진 이 아이들은 눈동자가 참 맑고 깊다.


 이런 어린아이들이 다 해지고 찢어진 옷을 입고 제대로 케어받지 못해 얼굴엔 하얀 모래 같은 것들을 붙이고 다닌다.(우리나라에선 검댕인 것이 여기서는 하얗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측은한 마음이 들어 돈을 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줘도 되는 것인가도 모르겠고 한 명에게 주고 나면 더 많은 아이들이 달려들 테기에 선뜻 주기가 어렵다. 그리고 한정된 금액만을 환전해 온 외국인의 입장에선 돈을 구하기가 어려우니 지갑을 열기 더욱 어렵다.


 내가 낸 1달러짜리를 5 이집션파운드로 바꿔치기한 사기꾼 때문에 적기 시작한 글이 어쩌다 이까지 흘러왔는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이집트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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