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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오 Apr 08. 2023

이집트 여행 썰 푼다 - 3

기자에서

 오늘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가는 날이다. 오픈 시간에 맞춰가면 너무 덥지도 않고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아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사막투어에서 만난 친구와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 숙소가 피라미드 바로 앞이어서 그런지 숙소에서 한 발짝을 띄자마자 온갖 삐끼들이 들러붙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세 발짜국에 한 명 꼴로 만날 수 있는데 개중엔 진짜로 선량한 이집션들도 있다. 외국인을 보면 재밌으니 말을 거는 사람들, 도움을 주고 싶어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선량한 척 말을 걸고는 바로 잡상인으로 돌변해 버리기에 어느 놈도 믿을 수가 없다.


 이 놈의 나라는 심지어 직원들도 삐끼들과 한 편이라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는데, 난 오른쪽 길로 가고 싶은데 직원이 왼쪽길로 가야 한다 해서 왼쪽으로 가면 낙타쟁이들의 본거지가 나오는 둥 하는 식이다. 아랍에 갈 때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말은 바로 '라'로 아랍어로 'no'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놈들은 집요하기 짝이 없이 라!라고 한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라오는데 같이 10분 정도 길을 걷다 보면 얘가 잡상인인지 내 친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착한 삐끼는 자기 물건을 홍보하면서 주위에 뭐가 나오면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렇게 집요한 삐끼들을 하루 종일 상대하면 너무 지치기 마련이다. 이 놈들은 한 번에 포기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연속기로 '라라러라리ㅡ라라라'를 사용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집션들끼리 얘기할 때도 연속기를 사용한다. 가기 전에 비의 La song을 2배속으로 듣고 가면 전투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데 그냥 그 노래를 크게 틀고 다니면 미친놈인 줄 알고 안건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시장에서 산 무슬림 옷을 입고 갔는데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다. 어떻게든 낙타에 태우기 위해 호시탐탐 먹이를 물색하고 있는 삐끼들에게 시장에서 돈을 쓰고 온 나는 바로 호구형님으로 낙인찍히고 '호구 왔능가'를 시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피라미드가 있는 area에 입장하는 입장료, 스핑크스 가까이 가기 위한 입장료,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는데 입장료가 다 따로 있다. 우리는 다른 건 별로 관심이 없기에 그냥 area 입장료만 내고 들어갔는데 가다 보니 스핑크스 관람 공간 출구가 있길래 가서 혹시 들어가도 되냐 물으니 된다 했다. 한 명만 들어오라 했는데 둘 다 들어가도 별말 안 했다. 특파원 친구의 '여기는 특별히 잘 되는 건 없는데 안 되는 것도 없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못생긴 스핑크스랑 뽀포도 하고 나오는데 낙타 삐끼가 다시 쫓아왔다. 한 시간에 100파운드라길래 알겠다 했는데 역시나 다를까 타고나니 500파운드라 했다. 안된다고 하니 두 사람에 500파운드에 해주겠다 했다. 사기당한 건 알지만 다시 내리고 흥정하려니 귀찮아 그냥 알겠다 했다.


 아무리 예습을 하고 왔어도 일단 태우고 사기 치는 놈들을 이길 순 없었다. 호구로 낙인찍힌 소심한 꼬레안은 언젠가는 낙타를 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이것이 이 놈들의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낙타를 타지 않으면 온갖 삐끼들이 돌아가며 탈 때까지 공격하기에 지쳐서 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타고나서는 나름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애는 착했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내려서 500을 주니 또 팁을 200 더 달라했다. 착한 줄 알았는데 역시나였다. 500에 다 포함이라 하지 않았냐 했더니 500은 낙타 값이고 200은 자기 팁이란다. 더 이상 속아주기 싫어서 돈 안 주고 그냥 가라 했다. 여기서 아까 배운 '라라라라롸라리ㅡ리ㅡ'를 시전하고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렇게 스핑크스도 보고 피라미드도 보고 낙타도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우버를 불렀는데 기사가 도착하더니 갑자기 안 간다고 한다. 그럼 잡지 말든가 이 새끼가.... 욕이 절로 나오지만 취소하라길래 취소하려니 수수료가 든다. 아... 이 새끼 이거 취소 수수료 받아먹는 상습범이네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취소하고 고객센터에 민원도 넣고 다시 우버를 잡아탔다.


 사스가 잡상인의 나라답게 우버 기사가 갑자기 관광 가이드로 변신하는데 여기저기 뭐가 있는데 자기가 데려다줄 테니 가보지 않겠냐 한다. 물론 가면 돈 더 줘야 된다. 거절하고 가는데 갑자기 경찰한테 잡혀갔다. 나가보니 경찰한테 혼나고 있길래 경찰한테 200파운드 쥐어주니 보내줬다. 얼른 이 도시를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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