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호점 오픈 후 1년, 그리고.

폭삭 속았수다

by 파이어파파

"이야~!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이야기 들었다. 벌써 2호점 오픈도 하고 아주 장사가 잘되나봐?"


"회사 퇴사하고 얼굴 좋아진 거 봐라. 요새 잘나간다며?"

└ 아유 아닙니다.. 그냥 먹고 사는 거죠 뭐..


딱 1년 전이다. 24.4월 나는 2번째 매장을 오픈하고 나서 전 직장상사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했다. 22년 11월 퇴사하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자리이다 보니 이런저런 퇴사하고 장사하는 사람의 소식도 궁금했을법 하다. 이미 내가 2번째 매장을 오픈했다는 소식은 당사자가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내가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축하한다는 말들, 어떻게 잘 살고 있냐는 등의 안부와 진짜 내 생활이 궁금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그게 바로 1년 전이다.




파죽지세였다. 전쟁에 나가면 패배를 모르는 한니발 그리고 카이사르처럼 계속 전진, 전진, 전진했다. 2024년의 나는 정말 돌아있었다. 우리 매장에 대해 말할 때도 나는 항상 자부심에 넘쳐있었고 다른 사람에겐 그것이 반대로 상당히 거만해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2024년 나는 2번째 매장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12월에 3번째 매장까지 오픈했다. 본점이 2년 6개월 정도 운영을 했을 즈음이었다. 게다가 본점은 2호점 오픈하면서 직원 3명을 채용하여 쉽게 말하자면 오토로 운영을 한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4년 연초부터 조금조금씩 해나가던 기업 이벤트 행사가 하나씩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조용히 홍보를 이어가던 중 24년 6월 큰 행사를 하고 나서 24년 10월부터는 각종 팝업스토어, 기업 Event 등 나를 찾는 문의가 빗발쳤다.


정말 재미있는 점은, 1개의 팝업이 잘 끝나면 그다음 팝업을 함께 하자고 기다리는 곳이 있었고 1개의 행사가 잘 끝나면 그다음 이벤트를 하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야구를 예를 들면, 한번 주전에 간 선수는 어지간하게 못하지 않는 이상 엔트리에 제외되기 쉽지 않으며 심지어 2군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그가 그동안 보여준 업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2군에 있거나 후보에 있는 선수는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런 기회는 언제나 생겨나지 않으며 매우 드물게 1군 선수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이적) 되거나 부상으로 오랜 시간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될 때, 혹은 아주 짧은 기간 부상에 나오지 못하게 되어 기회를 부여받았을 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그러나 그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쉽지 않다. 말로는 준비를 많이 하라고 하지만 실제로 1군 경기에 뛰지 않았는데 어떻게 바로 1군 레귤러 선수처럼 하겠는가? 그러나 그 주어진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것은 비단, 운동뿐만이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나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신을 선택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당신이 선택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년 가을 나와 아내는 몇 달을 쉬지 않고 달렸다. 이 팝업이 끝나면 저 행사가 이었다.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로라하는 유통사에서의 팝업부터 유수의 기업 행사까지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우리에게 입점을 제안하는 기업이 있었고 결국 그것을 승낙하고 준비를 했다. 12월 오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24.12월 세 번째 매장을 오픈한 것이고 그것은 바로 12.3일 계엄사태가 일어난 바로 그때 나는 3번째 매장을 오픈하게 된 것이다.


늘 그렇듯이 인생은 항상 오르막만 있지 않는 법, 언제나 정상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다. 그것이 우주의 원리이자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이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다들 경기가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조금 풀렸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작년이 유독 좋았던 걸까? 그냥 거기에 우리는 편승해 있던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경기가 안 좋은데 어떻게 세 번째 매장을 낼 생각을 했느냐고.. 게다가 계엄사태까지 터졌는데 말이다. 사실 계엄이라는 것은 정말 알 수도 없는 확률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제안을 수락을 하고 12월1일 오픈을 준비하여 진행한 우리는 그런 것은 전혀 모른채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었다.




1년 동안 뭐가 얼마나 그렇게 바빴길래 나는 글을 쓰지 않은 것일까?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고 싶었던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빈 페이지 앞에 섰다.


깜빡이는 모니터 커서를 바라보며 앉아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퇴사 후 창업하며 썼던 글들을 보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기록의 힘은 매우 크다. 작년 생일에 내가 뭐했지? 우리 아들 졸업식 때 뭐 먹었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찍어둔 사진을 보며 '아~ 그때 우리 생일이라 외식도 하고 아울렛 가서 쇼핑도 했구나' 라며 다시 기억을 해낸다. 내 사진은 잘 찍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 사진 그리고 그때 당시의 한 컷을 남겨두면 모두 유용할 때가 있다.


글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난 1년간 2호점 오픈하며 잠시 미뤄두었던 글쓰기를 차분히 해보고자 한다. 기록은 소중하고 시간이 더 지나 내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꼭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그것이 부담이 아닌 미래의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같은 그런 글 말이다. 힘이 잔뜩 들어간 그런 글이 아닌 하나의 인생같은 그런 글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가 오는 날, 장사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