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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연기 병무청에 신고해야됌

가끔 군대가 나를 쫓아오는 기분이 든다. 

by 문작가 Apr 13. 2025
군대 연기 병무청에 신고해야 됨 12월 31일 자로 자동연기가 끝남.


나의 캘린더 25년 12월 31일에 적혀 있는 한 문장이다. 


친구들은 20대가 되자마자 군대로 떠났던 친구들도 있고, 일반적으로는 대학교 1학년, 2학년을 마치고 21살이나 22살 정도에 입대를 했다. 아무리 늦어도 23살, 24살에 입대를 하는 계획들을 세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계획조차도 분명하지 않다. "빨리 가는 것이 승자다. 지금 뭘 도전해도 군대 다녀오면 리셋이다."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처음 본 택시 기사 아저씨도 내가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군대는 빨리 가야 한다고 조언을 하셨다.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싫으셨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셨지만, 그 행동이 더 진정성으로 다가와 무섭기도, 또는 반항심이 더 커지기도 했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꼭 군대를 가야 한다며 뺄 수도 없겠지만 뺄 생각도 하지 마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말을 하시고선 네가 원하는 때에 군대를 가라며 그래도 괜찮다고 하셨다. 20살 때 친구들과 병무청에 들러 신체검사를 했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1급이 나왔다. 군대를 뺄 생각도 없고, 오히려 나는 군대를 가는 시간이 나에게는 '쉼터'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솔직히 취업은 하고 싶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군대라는 것이 그 길을 막을 수도 있겠다고, 군대라는 것이 그 마음을 강제로 막는 콘크리트 벽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오랫동안 친구들에게 "나는 하고 싶은 거 하다가 20대 후반에 갈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도 그렇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 중에 반은 철이 없다고 얘기도 하며 무모하다고 조언해 준다. 하지만 20대 중, 후반을 경험하고 있는 선배님들께서는 종종 응원해주시기도 하며, 늦게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철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이 철없는 나의 상태를 즐기고,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지인들은 나에게 취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더라도 중간에 군대를 가야 하니 너의 커리어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심각하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내가 취업을 목표하고 있다면 큰 위험 요소를 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철이 없어서 그런지 취업을 진작에 하기 싫다는 다짐을 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무렵부터 나는 그런 다짐을 했었던 것 같다.


'자기 합리화다.', '취업을 못할 것 같으니 핑계 대는 것이다'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싶었고 이는 취업과는 맞지 않았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중 이유가 분명하지 않더라고 '취업'이라는 것이 알레르기처럼 몸에 안 맞는 사람이 있다. 나의 이 가치관을 공감해 주는 사람은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취업 아니면 어떻게 살 건데?"라는 무언의 표정으로 내 가치관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철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커피에 진심인 카페에만 지원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카페 아르바이트로도 충분한 생활이 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평생직장이 아니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내 생계를 유지한다. 유지함과 동시에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고 삶에 대한 태도를 단정 시킨다. 그러다 보면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기는데 그러면 곧바로 도전한다. 그 도전에는 큰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없다. 물론 그런 큰돈이 없다는 이유에도 있지만 사실 큰돈을 투자해서 도전을 하는 것을 지금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큰돈이 없어도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지금 내가 이렇게 솔직한 글을 쓰는 것도 돈 한 푼 들어가지 않는다. 하물며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시도할 수도 있다. 하물며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유튜브를 해보는 것도 시도할 수 있으며, 책이 많이 있는 카페에서 조용히 창 밖을 보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런 사소한 것이 도전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소한 것도 깊게 바라보면 평소와는 다른 깊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세상 속에서 외로움을 견디면서 살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취업준비보다 이러한 가치관과, 행동들이 나에게는 더 맞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이러한 방식을 조언할 생각도, 조언을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이 '취업'하기 때문에 취업을 하는 것. 남들이 '대학'을 가기 때문에 대학을 가는 것. 남들이 20살에 '군대'를 가기 때문에 군대를 가는 것처럼 말이다. 남들을 따라 하는 것도 좋지만 따라 함과 동시에 나에게 맞는 '이유'를 찾는 것이 재밌다. 남에게 조언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지만 이 방식은 다른 사람에게도 조언하기도 한다. 




파리에 갔을 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봤다.파리에 갔을 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봤다.


어떤 불안감이든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답과 방향이
180도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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