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어려운 점 중에 하나는,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학교를 벗어나면 모든 것에 돈이 든다.
더욱이 나라의 지원이 없는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도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늘 고민하게 된다.
요즘은 지나친 고물가 때문에 특히나 부담이 된다. 밖에서 활동 하나 하고 밥 한 끼 먹으면 5만 원이 훌쩍이다.
우리 아이들의 대부분은 경제관념이 부족하다. 수 개념이 약하기도 하고, 제 힘으로 어렵게 번 돈이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다. 용돈으로는 놀거나 간식을 사 먹는 데에만 쓰고, 필요한 건 부모님에게 요구하면 되니 돈 관리의 필요성을 모른다. 아니면 무조건 아껴 인색하기만 하거나.
1학년들은 3월에 대학생활에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정해 한 해 동안 도전하는 청년도전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3년째 진행을 해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은 대부분 돈이 들었다.
매번 비용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도 막상 선택을 할 때 비용을 고려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저 카드 있어요.” “부모님께 받아올게요.”
예상 경비 400만 원의 뉴욕 여행에도 거침없이 표를 던지는 녀석들이었고, 활동할 때마다 매번 부모님 동의를 구해오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 끝에 올해 1학년 프로젝트 수업은 용돈을 먼저 모으고, 모은 용돈 안에서 식사나 간식, 교통수단 등에 차등을 두어 진행하기로 했다.
평소에 용돈을 아껴 매일 천 원씩 저축하고, 부족하면 집안일을 돕고 추가 용돈을 받는 방식으로 부모님들과도 약속을 했고, 모든 프로젝트 수업은 그렇게 모은 비용만으로 하기로 했다.
당장 벚꽃 여행을 앞두고 저축을 시작했는데, 처음 며칠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평소처럼 카페를 가고 과자를 사 먹으며 용돈을 탕진했고, 저축하는 걸 제 돈을 빼앗기는 것쯤으로 생각하는지 지갑을 감추며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수학 수업을 통해 서로 저축금액을 비교하고 남은 목표금액을 계산해 보더니 하나둘 저축을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계획하며 자신의 용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하게 했다.
처음의 목표 금액은 레일바이크 9,000원, 교통비 5,600원, 점심 15,000원, 카페 7,000원 총 36,600원.
저축 금액대로 그룹을 나누었고, 목표를 달성한 조는 자유롭게 이동방법과 식사, 카페 등을 원하는 대로 선택했다.
용돈이 부족한 조들은 부족한 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버스비가 없으니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고, 닭갈비 대신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카페 대신 편의점 음료만 마실 수 있음을 깨닫자 몹시 침울해졌다.
예상보다 용돈을 모으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고, 각 조를 따라 나누어질 교사들도 운이 없으면 일 년 내내 걸어 다니며 김밥만 먹을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호기롭게 여행 전까지 꼭 용돈을 다 모으겠다며 가진 금액 이상의 계획을 세우는 조도 있었다.
“좋아. 대신 다음 주까지 저축을 못하면 이 계획은 다시 수정해야 해.”
“내일부터 열심히 저축할 거예요!”
지금의 그 다짐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다행히 이후로 저축에 열심인 학생들이 늘어났다. 아침저녁으로 저축을 하더니 목표금액을 훌쩍 초과한 자신의 용돈을 보고 놀랐다며 기뻐하는 아이도 있었다.
여전히 의미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몇 있지만 여행을 떠나보고 실제로 다른 조와 차이를 느끼면 조금 더 와닿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단번에 모든 아이들이 깨닫진 못할 것이다. 시행착오가 필요한 과정이다. 개인차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의미 없는 애씀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이해가 부족한 아이도 있고, 가정 협조가 어려운 아이도 있다.
그래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졸업여행은 용돈을 모아서 가기엔 너무 큰 지출이고, 촉박한 준비기간 때문에 제한이 있지만 다음에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미리 준비한다면 보다 의미 있게 비용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1학년 프로젝트 수업이 청년도전 프로젝트로 자리 잡기 이전 해에 그렇게 여행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제주도 여행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1년 동안 계획을 세우고 요리 등을 연습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한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들을 구상하고 진행했다. 용돈을 저축하는 동시에 수익사업으로 농사도 지어 팔아보고, 플리마켓도 열어보고, 먹거리 장터를 운영해보기도 했다.
수익사업은 성과가 썩 좋진 않았다.
벌어들인 돈은 제법 있었으나 1학년 30여 명에게 분배하니 1인당 얻는 금액이 병아리 눈물만큼이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슬픈 성과였지만 수익보다는 과정 안에서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 위안했다.
그래도 각자 저축은 열심히 해서 많은 학생들이 목표였던 30만 원을 채웠다. 그러나 결국 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2년 뒤 졸업여행으로 제주도를 가고자 했으나 코로나로 모든 학생들이 그간 아무 행사도 못했으니 제주도를 다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님들의 요청 때문에 전체 행사로 추진되었다는 슬픈 스토리.
그래도 당시에는 거리두기가 풀리고 제주도를 가는 것 자체에 즐거워했던 학생들은 현재 오사카 졸업여행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코로나 학번들이다.
그리고 운 좋은 올해의 3학년들은 3년 간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즐기고,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자유여행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여행을 몇 번 다녀보았지만 학생들과는 처음인지라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지출은 항공권과 숙박이다.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보기 위해 검색과 지인찬스를 총동원했다. 몇 군데에서 견적을 받아봤지만 금액이 생각보다 비쌌다.
여행사 상담원들은, 요즘 단체항공권이 다 비싸다며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하려면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항공권을 실시간으로 구입하는 게 가장 낫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인터넷으로는 최대 9명씩 밖에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고, 잔여석도 9석까지만 나와 얼마가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 십여 년을 보내면, 불가능은 없다.
졸업여행 담당교사 세 명이 모여 세 그룹으로 인원을 나눴다. 며칠간 비교 검색 결과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 뜨는 저가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프로모션 코드까지 적용해 가며 동시에 결제를 시도, 복잡한 영문명까지 일일이 입력을 완료했으나 이럴 수가, 다른 고객이 진행 중이어서 안 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모두 취소가 되었다. 아니, 셋 중 제일 먼저 한 한 명은 성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재시도 끝에 한 명이 성공했다. 그리고 나머지 둘에게는 해당 금액이 사라지고 금액이 더 올라간 항공권만 나타났다.
재빨리 미리 봐 놓았던 다른 항공사의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가격의 항공권 예약을 다시 시도했다. 그렇게 다시 한 명이 성공. 마지막 한 명은 또 취소되었고, 재검색을 하니 해당 항공권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대안으로 남은 한 그룹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 검색해 보니 다행히 항공권이 나타났다. 그렇게 한 시간 여의 가슴 졸이는 사투 끝에 항공권 결제를 완료했다.
월요일 오전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4박 5일의 꽉 찬 여정이다.
그리고 찾아두었던 숙소도 곧장 예약을 했다.
30명까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4층짜리 아파트로, 호텔에 2인 1실로 나누어져 머무는 것보다 좋을 것 같았고, 오사카 시내와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지하철이 가까웠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가이유칸 수족관이 가까이에 있었다. 무엇보다 비슷한 퀄리티의 호텔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여의치 않으면 대학생들의 배낭여행답게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라도 묵을 각오였던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그렇게 여행사에서 받은 에어텔 견적보다 2~30만 원이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했다.
왜 여행사에 맡기는지 알 것 같은 수고로움이었으나 결제금액을 보니 충분히 감수할 만큼 보람 있었다.
마침내 여행 일정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졸업여행 프로젝트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을 조정하고, 여행 전까지 두 달간 매주 2시간씩 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관광지를 조사하고, 코스를 정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보고, 예상 비용을 계산하고, 가는 방법을 찾아보고, 구글 지도를 활용하여 길 찾기를 연습하고, 길을 잃는 등 문제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방법을 배우고, 간단한 여행회화를 배우고, 번역 어플도 활용해 보고, 환전도 계산해 보고, 여권정보도 알아야 하고, 백신접종증명서 등의 서류 발급도 해보고 싶은데, 할 게 너무 많아 두 달이 빠듯할 것 같다.
그래도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고, 행복 가득한 얼굴로 여행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어 또 해나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