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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빈스님 Jun 27. 2023

3. 숙면을 디자인하다

  숙면 디자인의 시작, 햇빛  


  숙면을 방해하는 세 가지 오해를 확인했다면,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수면 리듬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숙면 준비는 하루 중 몇 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잠자기 1시간 전? 3시간 전? 아닙니다! 바로 기상 직후부터입니다.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지는 초저녁을 넘기면, 정신이 깨어나 새벽 2-3시에 자게 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원리 하나가 숨겨져 있습니다. 기상 직후가 중요한 이유는 졸음을 유발하는 생체시계 때문입니다. 생체시계는 중추 시계와 말초 시계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시계는 각각 햇빛과 식사 시간에 따라 조절됩니다. <컨디션도 습관이다>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 몸은 일어난 후에 밝은 빛을 쬐는 순간 밤의 수면 시계에 스위치가 켜져 기상으로부터 15시간이 지나야 졸음이 오도록 생체 리듬이 설정돼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서 햇빛을 보거나, 밖에서 산책을 한다면 시차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늦어도 아침 11시 전에는 햇빛을 봐야 불면증 같은 질환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면 리듬을 잡을 때 잠자는 시간은 불규칙해도 기상 시간과 루틴은 규칙적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햇빛을 보는 것은 숙면을 만드는 시작입니다.      



  

  숙면 디자인의 중간 점검, 식사


  스스로 다짐한 기상 루틴을 잘 실천하고 있다면, 다음은 중간 점검이 필요합니다. 말초 시계는 일명 ‘배꼽시계’라고도 불릴 만큼 식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루 중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음식을 먹는 것이 숙면의 뼈대가 되는 것입니다.  


  중추 시계는 몸의 사령탑인 뇌 속에, 배꼽시계는 온몸의 세포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뇌 vs 세포’ 

  단순히 생각해 보면 중추 시계에 강력한 발언권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배꼽시계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순간이 자주 있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이 야생에서 살 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었던 환경의 잔재물입니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먹는 문제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우선 아침은 먹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두뇌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주면서 위에는 부담이 가지 않는 가벼운 음식이 적절합니다.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사용되는 에너지원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산 음식, 죽은 음식>의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우리의 세포 중 일부(예를 들어, 뇌, 적혈구, 그리고 몇몇 신경조직)는 거의 전적으로 포도당이라는 연료 공급원에 의존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혀 맨 앞에 단맛을 감지하는 기관(미뢰)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침은 과일로 먹을 때 최고의 효율을 보입니다. 과당은 두뇌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과일은 이미 소화된 상태로 위를 지나가서 공복에 가깝습니다. 또한 과일 속에 있는 효소와 수분은 독소 배출을 통해 변비를 해결해 줍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먹는 시간입니다. 중추 시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4시간 관리법>의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기까지의 시간이 1시간을 넘으면 모시계와 자시계의 리듬이 틀어진다. 게다가 영양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몸이 에너지 축적 모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숙면을 위해서는 생체리듬을 망치지 않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렇기에 아침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 또한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생활할 때 자연스럽게 잠이 오면서 숙면이 가능해집니다.      



  

  숙면 디자인의 완성, 안정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되는 두 가지 생체시계 외에도 중요한 시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마음 시계입니다. ‘잠빚’이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은 관습적 수면 습관과 문화적 관점을 통해 자신의 마음 시계를 형성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9시 전에는 자야 해’, ‘새벽이어야 잠이 와’, ‘하루 9시간은 자야 해’.


  불면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잠이 안 오면 어쩌지’ 같은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이런 잡념을 통제하지 못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되면서 불면증이 심해집니다. 숙면에는 자율신경이 적절히 조율된,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된 상태가 유리합니다. 이것은 마음 시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마음 시계를 조절하려면 사띠(주의력)가 필요합니다. 사띠의 기술은 단순합니다. 경험하고 싶은 대상에는 주의력을 두고, 경험하고 싶지 않은 대상에는 주의력을 떼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단순한 기술만 익히면 불면증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에서 사띠를 떼면 망상에서 벗어나 자율신경이 안정되면서 쉽게 잠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띠를 다루기 위해 연습하는 대표적인 마음 훈련법은 바로 수식관, 호흡명상입니다. 호흡에 사띠를 묶어두는 연습을 하면 자신의 경험을 원하는 대로 조율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눈을 감고 호흡에 마음을 두면 이완 반응이 일어나면서 편안해집니다. 잠들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생체시계와 자율신경 조절을 통한 숙면의 조건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첫째,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햇빛을 볼 것. 

- 둘째, 아침 식사로 과일을 통해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할 것. 

- 셋째, 점심은 규칙적으로 먹을 것. 

- 넷째, 적절한 운동량을 의무적으로 채울 것. 


  이 조건은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어야 하는 오전, 오후 시간에 유리합니다. 이와 반대로 저녁과 수면 시간에는 부교감 신경이 우위에 있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 다섯째, 저녁 식사는 잠들기 4시간 전에 마쳐서 위를 비워둘 것. 

- 여섯째, 잠들기 2시간 전에 샤워로 신체 온도를 높일 것. 

일곱째, 잠들기 1시간 전에 모든 전자기기를 내려놓을 것. 

- 여덟째, 잠들기 전에 요가와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할 것. 


  좋은 숙면을 위해서는 중추 시계, 말초 시계, 마음 시계가 서로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중추 시계를 조절하는 열쇠는 빛에, 말초 시계는 식사에, 마음 시계는 호흡에 달려있습니다. 이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리면 숙면이라는 예술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건강과 활력을 충전하고 싶다면 이를 주제로 마음챙김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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