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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y 03. 2024

밤이 끝나지 않는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대학 때 미국에 갔던 시간은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 교환학생처럼 한 학기를 통으로 미국에서 보낸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달가량 미국에 있으면서 일주일은 미국 서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중 하루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머물렀다. 잘은 몰라도 유명한 이 도시의 명성은 익히 들었기에 얼마나 화려하다는 건지, 대체 어떤 도시인 건지 궁금했었다. 막상 가서 쇼핑을 한다거나 카지노에서 게임을 제대로 한다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그럴 계획도 없었다. 그래도 왠지 모를 호기심과 설렘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20대 초반의 나는 찌들어 있던 고 3 생활을 지난 지 몇 년 되지 않은 때이기에 더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에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직접 가본 라스베이거스는 모여 있는 호텔들부터 화려했다. 특히 밤이 되어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서 반짝반짝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이 아니어도 여러 호텔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시간이 되자 분수쇼도 시작되어서 넋 놓고 구경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시작부터 라스베이거스는 이런 곳이구나 느꼈던 시간이었다.



지금은 추억 저너머로 사라진 싸이월드에 그 당시 여행 사진들이 많이 올라가 있다. 아쉽게도 나에게 남은 사진은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기억 속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은 강렬하게 머리에 남아 있다. 까만 밤을 은은하고도 화려하게 밝히는 불빛들.


유명하다는 호텔 한 곳을 구경하러 가기도 했었다. 베니스를 재현해 놓은 인테리어가 유명한 곳이었다. 천장까지 낮의 하늘 느낌으로 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유명 브랜드 가게들을 아이쇼핑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걸까. 화려함에는 왜인지 모를 씁쓸함이 뒤따라 왔다. 카지노도 생전 처음 구경하러 갔었는데 거기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군중 속의 외로움이랄까.


은퇴한 부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찾는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이 카지노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계속 기계의 버튼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언젠가는 그림 3개가 같은 그림이 나오기는 하는 걸까.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어떤 분은 눈에 초점이 없다시피 했다. 물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온 경우도 많겠지만 아주 신나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또 동시에 느껴지는 공허한 느낌이 있어 내가 영화에서 본 화려한 카지노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화려함과 공허함. 미국의 두 가지 모습을 한 번에 본 것 같은 느낌에 그날 밤은 마음이 복잡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대도시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아직 모든 것이 새로웠던 나이였기에 여러 감정과 느낌들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후로 라스베이거스에 가본 적은 없지만 더 나이가 들어서 가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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