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May 24. 2024

안녕, 뉴욕의 낮과 밤

미국 대학원을 가게 되면서 10년 정도 간격을 두고 다시 미국을 찾았다. 내가 머물 도시로 가려면 뉴욕 JFK 공항에 가서 또 차나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여정이었다. 이렇게 된 거, 뉴욕에서 여행을 1박 2일 하고 가기로 했다. 처음 1주일은 엄마와 함께 했기에 오랜만에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뉴욕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던 도시였다. 커리어 우먼과 예술가들이 사는 화려한 도시, 때로는 의학 드라마나 범죄수사물에서 등장하는 바쁘고도 미스터리한 도시. 공통점은 다양한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대도시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겠지 싶으면서도 내심 뉴욕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늦은 오후에 뉴욕에 도착했기에 금방 저녁 시간이 되고 깜깜해졌다. 밤이 될수록 뉴욕 거리는 더 화려해지는 것 같았다. 타임스퀘어 근처 거리를 걸으며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거리를 보니 뉴욕은 참 대도시구나 실감이 났다. 나에게 비교할만한 경험이 서울이라 그런지 어딘가 강남역의 밤거리와 비슷한 느낌도 났다. 그 당시에는 틀어박혀서 공부를 하다가 미국으로 온 때라서 이런 북적거림과 네온사인이 일종의 해방감을 주었다.



엄마와 이런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내심 기뻤다. 나와 동생을 키워내는 동안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가 바깥 활동을 줄이고 우리에게 집중해 주신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대학에 가고 나서야 친구들과 운전을 해 국내 나들이를 조금 마음 편히 다니셨다. 뉴욕이 궁금한 건 엄마도 마찬가지셨던 것 같다. 사람들 틈에서 가게도 몇 군데 들어가 아이쇼핑도 하며 뉴욕의 밤 분위기를 즐겨보았다. 시간이 짧아 뮤지컬을 보거나 특별한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표정의 엄마와 함께 하니 첫 뉴욕 거리 나들이가 좋았다.




다음 날 낮까지가 짧은 뉴욕 여행의 끝이었다. 그다음은 내가 묵을 도시로 가야 했다. 오전이 되자 일단 거리로 나섰다. 야무지게 한 가게를 골라 들어가 브런치도 먹었다. 평소와 달리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지 않고 엄마의 선택을 믿고 그냥 들어간 가게였는데 맛있었다. 조금은 평범한 미국식 아침 식사였지만 따끈하고 여행온 우리의 배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디저트로 엄마가 좋아하시는 치즈케이크도 시켰다.



그리고 우리가 고른 행선지는 센트럴 파크였다. 그동안 뉴욕이라고 하면 센트럴파크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미국의 대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은 어떤 느낌일까. 미국 드라마 주인공들이 한 번씩 거닐던 곳. 실은 서울에도 공원이 많은 편이기에 비슷한 느낌일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한강이 있는 공원과는 느낌이 다를 것 같았다. 강이 없이 도시 한복판에 있는 공원은 어떨까.



직접 가본 센트럴파크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았다. 아침부터 낯선 도시에서 우버를 부르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기본적인 것들이 다 서툴렀던 엄마와 나는 아직 낮인데 벌써 지쳤다. 아무래도 영어만 써야 하는 미국에서는 내가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즐기려 하는 여행이긴 하지만 신경이 곤두서 있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겨우 찾아간 센트럴파크였다. 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사실 유명한 곳이니 한 번 가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센트럴파크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 충분한 곳이었다. 뉴욕을 화려하고도 삭막한 도시로만 생각한 것이 오해라는 생각도 들었다.


들어서자마자 나무도 많고 생각보다 규모가 굉장히 컸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북적북적한 곳을 헤매고 다니다가 공원으로 들어가자마자 풍경이 바뀌었다. 큰 공원이고 지쳐 있어서 처음 계획처럼 공원을 한 바퀴 다 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천천히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하다 보니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 가득한 하늘 아래, 우리도 이 여유로움에 녹아들어 가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잔디밭에서 누워 있는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돗자리를 깔고 각자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바쁘디 바쁜 대도시 뉴욕의 한가운데를 이렇게 녹색지대로 온전히 내어 준 것이 대단하다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은 비어 있는 땅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 아파트나 여러 건물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본다. 뉴욕에도 사실 건물 하나만 짓는다 해도 몰려들 회사들이 많을 텐데 이 공원을 지켜오려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와 잔디밭과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이전 04화 미국 대학생들은 뭐 하고 놀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