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을 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미국 서부의 많은 지역이 사막 지대라는 것이다.
몇 시간을 달려도 계속 똑같은 풍경의 사막.
파란 하늘에 모래와 돌무더기만 보였다. 가끔씩 선인장이 빼꼼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정도가 새로운 풍경이었다.
당시 대학 간 교환 프로그램으로 가 있었기에 미국 대학의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챙겨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타국에서 온 우리를 그렇게 자주 챙겨주다니 호사를 누린 것 같다. 주말이면 차가 없는 우리를 위해 픽업하러 와서 유명한 관광지나 동물원 등을 구경시켜 주기도 했다.
하루는 교수님이 우리 팀에게 새로운 지역을 구경시켜 준다고, 운전도 해주시겠다고 해 따라나섰다. 사막 지대를 달리고 달려 캘리코 (Calico)라는 지역에 들렀다. 캘리코는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 흔적만 남은 옛 탄광 마을이다.
그 유명한 골드러시 시절, 금과 은을 찾고자 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향했다고 한다. 캘리코는 은광이 있어 사람이 몰린 곳이니 실버러시라고 해야 할까.
한때는 호황을 누린 캘리코이지만 점차 사람들이 떠나며 유령 마을이 되었다. 말 그대로 고스트 타운이라고 불린다. 원래 마을 건물을 보존한 것도 있지만 서부개척시대 건물들을 다시 재현한 것들도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캘리코가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마케팅에 능한 사람이 많은 나라인 것 같다. 이 마을 자체를 관광지로 홍보하며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미국의 다른 지역에 갔을 때도 어찌 보면 관광지 자체가 멋져서라기보다 그곳에 얽힌 사연을 잘 홍보해 관광지로 개발한 사례를 꽤 볼 수 있었다. 한국은 얽힌 역사도 깊으면서 자연경관도 멋진 곳이 꽤 많은데 홍보를 잘하면 사실 관광지로 개발될 곳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어찌 됐든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마을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고 건물들을 둘러보면 금방 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나도 골드러시에 얽힌 사연들이 흥미롭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화폐 가치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아주 옛날 사람들은 금과 은이라는 돌에 왜 그렇게 빠져든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캘리코 마을에서는 전통 춤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옛날식 건물을 보자면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건물들이 떠올랐다. 직접 보면 이런 나무로 만든 집 느낌이구나 싶어 미국 서부의 민속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 곳이었다.
빛나는 금은을 찾아 모하비 사막에 마을을 만들고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 꿈을 이루면서 살아갔을까. 새삼 그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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