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May 17. 2024

미국 대학생들은 뭐 하고 놀까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 달간 미국에 머물렀던 때의 이야기이다. 그 대학의 학생회라고 할 수 있는 단체의 친구들이 우리 팀 담당이었다. 학교 내 프로그램을 할 때 우리를 인솔하기도 하고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도 같이 놀러 가자고 찾아와 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미국 대학생들이 놀러 가는 곳을 같이 가볼 수 있었다. 이렇게 일상을 함께 하는 여행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 대학에서는 농구팀이 꽤 유명했다. 한국에서는 스포츠를 잘 몰랐기에 직접 농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학생회 친구들이 농구 경기는 꼭 봐야 한다며 티켓을 구해줘서 첫 농구경기를 이곳에서 가게 되었다.


한국은 야구장에서 치어리더 팀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미국은 농구장이 활기찬 치어리더들로 가득했다. 옛날 미국 영화 ‘브링잇온’ 등의 영화에서 본 현란한 치어리딩 기술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아크로바틱한 고난도의 동작들도 척척 소화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조금은 긴장하며 바라보다가 동작을 성공하고 나면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역동적인 치어리더들과 함께한 농구 경기는 규칙을 다 알지는 못해도 정말 재밌었다. 미래의 꿈나무인 대학 농구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도 함께 신나게 응원을 했다. 이런 재미로 농구 경기를 가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추억은 말로만 듣던 포트럭 파티이다. 각자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오는 포트럭 파티. 당시에는 참 생소하고 거의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나 듣던 문화였다. 어떤 음식을 가져가야 하는 건지 고민도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말 그대로 다양한 음식을 각자 하나씩 가져오면 되는 것이었다. 내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였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꺼내 나누어 먹다 보니 작은 뷔페 분위기도 났다. 타코를 준비한 친구도 있고 샐러드를 가져오기도 했다. 어떤 걸 가져올지 종류도 양도 정해진 게 없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찌개 등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개인주의가 있어 자기 음식은 혼자 먹는 문화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보면 정이 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맞지만 미국 문화에 대해 조금 오해가 있었구나 싶었다. 포트럭 파티를 통해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동네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한 날이다. 미국 친구들끼리는 딱 말하면 서로 아는 걸 보면 동네 맛집이 몇 군데 있었던 것 같다. 레스토랑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동네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디저트로 피주키 (pizookie)를 맛보았다. 이름부터 낯설었다. 그날의 식당 메뉴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이 피주키는 기억이 난다. 미국 친구들이 강력히 추천하던 디저트 메뉴였다. 처음에는 비주얼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정말 미국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던 메뉴이다. 지금 봐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피주키는 바로 피자처럼 쿠키를 크고 둥글게 구워내고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는 메뉴이다. 내가 이 메뉴를 보고 놀란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어릴 때로 거슬러 간다. 엄마는 우리 남매에게 간식 시간을 정해주셨고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하루에 하나 이상 먹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고 웬만하면 먹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치아 건강과 소아 비만에 대한 우려, 안 좋은 음식을 적게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섞여 정해진 규칙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또래 중에 체중이 많이 나가던 시기가 있어 생긴 규칙이기도 하다. 동생까지 지켜야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후로 계속 엄마와 내가 간식과 음식을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내내 오히려 조금 마른 편이었고 중학교 가서 키가 커지며 보통 체격이 되었었다.


어쨌든 피주키는 어릴 때부터 조심하던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하나의 조합으로 합쳐놓은 데다가 크기도 이름처럼 피자도우만큼 컸다. 물론 맛은 있었다. 찐한 맛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단짠이 어우러진 쿠키의 조합은 맛없기 힘들었다. 다만 쿠키와 아이스크림을 마구 퍼먹는 방식이라 뭔가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것을 간 크게 (?) 저지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디저트였다. 그렇게 미국 대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던 디저트를 보며 나 홀로 컬처쇼크를 느꼈다.


이전 03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흔적, 캘리코 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