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Jun 07. 2024

전통과 현대를 모두 느낀 도시, 필라델피아

대학원을 다니던 어느 날, 필라델피아에서 학회가 열렸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회 참여를 신청하면 여행 경비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고민은 짧았다. 그렇다면 가야지!


이 기회에 주말을 껴서 필라델피아 여행도 하고 오기로 했다. 혼자 낯선 곳을 다녀오는 여행. 나에게는 새로운 일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훌쩍 떠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신이 났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 기대되었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여행은 좋지만 그때처럼 갑작스레 일정을 잡고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원래 mbti가 J인데 P스럽게 일정을 잡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시작이 좋게 떠난 여행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때까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외에는 필라델피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사실 미국에서 지낼수록 미국의 다양한 지역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알고 보니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였다. 1700년대 후기 미국의 수도는 지금의 워싱턴 DC가 아닌 필라델피아였다. 인구도 당시 미국에서 제일 많은 도시였다고 한다. 그걸 보여주듯 필라델피아에는 역사적인 건물들이 남아 있고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인디펜던스 홀 (Independence hall)은 미국의 독립선언을 한 곳이다. 지금까지도 매년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로 많은 미국 사람들이 축제를 여는 등 열심히 기념하는 날이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곳은 자유의 종 센터이다. 역사적인 곳인 만큼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유의 종'을 직접 보고 오기도 했다. 이 종은 미국의 독립선언 당시를 비롯해 역사적인 순간에 울렸던 종이라고 한다. 종의 모양새보다는 이런 상징적인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오는 듯했다.



그렇게 낮 동안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열심히 걸어 다니기도 하며 필라델피아를 구경했다. 필라델피아에 오면 꼭 가보라던 시티홀과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또한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의 내용이 정말 풍부해서 다른 도시에 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필라델피아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로컬 마켓이다. 한국에서 여행을 할 때 그 동네 시장을 구경하면 생기가 넘치는 모습과 지역 특산물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어 좋아한다. 미국에서도 비슷했다. 로컬 마켓에 가면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이나 물건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좋았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내가 묵은 숙소 근처에 마켓이 있어 다녀왔다. 나무 느낌의 건물과 가게 인테리어가 옛날식 건물 느낌을 주었는데 한국식 시장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재밌었다.



다양한 음식을 구경해 보는 한편, 내가 두리번거리며 찾던 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필라델피아에서 유명하다고 들었던 필리치즈스테이크이다. 치즈스테이크가 들어간 샌드위치라니 이른 아침 고픈 배를 채워주기에도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기 전에 일부러 사진은 안 찾아보았다. 샌드위치도 모양이 여러 가지일 텐데 어떻게 생긴 샌드위치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앗 그런데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필리치즈스테이크는 내가 생각한 네모 각진 모양의 빵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가 아니었다. 빵은 부드러웠고 고기는 한국식 불고기 맛과 비슷하게 잘 다져진 부드러운 고기였다. 빵의 크기도 세로로 길어 양도 생각보다 많았다.



스테이크라고 하기에 조금은 질길 수도 있는 두터운 햄버거 고기를 예상했는데 불고기와 비슷한 고기였다니 ㅎㅎ 낯선 미국 도시 여행 중에 불고기맛의 따끈한 샌드위치를 맛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익숙한 맛에 힘이 났다. 이 필리치즈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힘을 내서 마저 혼자 관광을 무사히 마치러 돌아다녔던 기억이다.


이틀 가량의 짧고 굵은 기억이지만 필라델피아는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새로운 느낌의 도시로 내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다. 볼거리가 은근히 많아서 한 번 더 들러보고 싶은 도시였다.

이전 06화 뉴욕의 색다른 놀거리, 첼시마켓과 하이라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