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내가 쓰는 글은 다 쓰고 나면 이상해보일 때가 많았다.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류를 발견하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글 자체가 별로인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이런 글을 왜 썼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하지만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쓰기는 했다. 다만 비공개 글로 두거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부담 없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분량으로 단편적으로 썼던 것 같다. 짧게만 쓰니 내가 할 말을 하다 만 기분일 때도 많았다.
대학원 지도교수님께 글을 처음 보여드렸을 때가 생각난다. 정말 오랜만에, 어쩌면 중고등학교 글쓰기 시간 이후로 거의 처음으로 내가 공들여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노트북으로 조용히 읽고 계시는 짧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나도 모니터로 같이 읽다 보니 뭔가 허점이 또 보이기 시작했다. 나름 다듬은 글인데 주제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문장이 별로인 것도 자꾸 보였다.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말투로 변명처럼 뭔가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 말에 답하시며 교수님께서도 그 부분은 그렇게 고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수정할지 피드백을 주셨다. 글을 다 바꾸자고 하신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이 문단은 다 지울까요?”
갑자기 부끄러움과 다급함이 몰려왔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del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아니 왜 지워.. 아깝잖아..”
교수님의 진심 어린 한 마디가 나를 멈추게 했다. 정성 들여 썼는데 다 없애는 건 아깝다고 해주시는 말씀에 그동안 썼다가 저장도 안 하고 다 지운 글도 생각났다. 새삼 깨달았다.
‘아, 버리기엔 아까운 거구나..‘
글 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글을 쓰고서 수정하는 건 당연하다고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글을 다 지우기보다는 여러 버전이 생겨도 되니까 여러 파일을 다 잘 저장해 두라고 알려 주셨다. 이건 지금까지 일을 할 때도 무언가 쓸 때도 너무나 유용한 팁이자 마음가짐이 되었다.
미완성의 글이 부끄럽더라도 다시 읽어보면 더 나아지게 할 점이 보인다. 그냥 지워버리면 나아질 기회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미완의 글이라는 느낌이 들어도 그 글에서 이야기할 내용을 다 했다면 세상에 내보내려고 한다. 특히 요즘은 브런치에서 그런 연습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작가님들도 혹시 그런 적은 없으신가요?
혹시라도 브런치 글을 썼다가 지워버리려고 하신 적이 있다면, 혹은 지금 어딘가 써둔 비공개 글을 없애려고 하셨다면! 그 글을 지우지 말아 주세요.
그동안 예전에 비슷한 이름의 매거진에 올렸던 글들을 몇 편 이 브런치북으로 옮겨왔습니다. 아마 이전에 본 글을 다시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떤 브런치 작가님 글에서 브런치북 연재 전에 매거진에 글을 모아두고 다듬어서 연재하라는 글을 보고서 해 본 방식입니다.
이 글 이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글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저장된 글은 끝나서 이 브런치북에는 다시 새로운 글을 써보겠습니다.
그리고 매주 약속된 날짜에 올리려고 하지만 그러기 어려울 것 같을 때는 되도록 전날 글을 미리 올리고 있습니다. 어느 작가님이 쓰신 글처럼 브런치에도 예약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혼자 업로드해 보는 외로운 글쓰기에서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 걸 알고 쓰는 글쓰기로 변한 것 같아서 브런치 작가님들께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한 글쓰기를 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