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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May 07. 2024

꼭 ‘갓생’ 살아야 하나?

대학 때 가장 고민은 마음이 끌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일상에서 하는 일 말고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 커리어라고 부를 만한 길을 만들어가고 싶어지는 그런 일 말이다. ​


지난 몇 년은 드디어 나도 그런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마음이 끌리고 힘들어도 때때로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길에 매진할 수 있었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매달려도 힘들기보다는 재미있었고, 보람 있었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한 번씩 무너질 것 같은 힘듦이 있기는 했지만 방향성은 하나였다. ​


아 그런데 이제 몇 년간 그 길을 걸어가고 보니 허무하다.


조금은 지친 것도 같고 생각이 많아져서 그럴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같다. 나 말고 이 전공을 택하고 이 길을 걸었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 싶기도 하니까 이상한 것은 아니다.​ ​


내가 계획한 것만큼은 다 해서 그럴 수도 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몇 년에 걸쳐서 이것저것 해보았다. 때로는 빠르게 돌진했고 때로는 차근차근 도전했고, 크고 작은 도전들을 끝냈다. ​


그 후 아직은 나도 젊고 어리다면 어린데 더 달려가야 할지 멈춰 서서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그 멈춤도 내가 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건강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강제 멈춤이었다.


코로나 기간도 한몫했다. 외국으로 나갈지에 대한 선택지가 많이 제한되었기에 어떤 타이밍에 있어서는 이미 몇 가지 기회는 제때가 지난 셈이다. 지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최적의 타이밍은 지난 것.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도 나에겐 알게 모르게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를 돌아볼 수 있었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천천히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긴 했다. 다만 몸이 회복된다고 고민까지 다 해결되지는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다. ​


갓생을 사는 사람들의 열정이 보기 좋고 부럽기도 하지만, 꼭 인생에서 늘 ‘갓생’을 살고 있어야 할까? 그런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다음 계획을 세우면서 전전긍긍하기도 하는 모순된 나의 모습.


한편으로는 나도 조금씩 더 힘을 내야 하긴 하는데 이전처럼 또 잠자는 시간 외에는 달려야 할지, 워라밸까진 아니어도 휴식과 일의 균형을 어떻게 현명하게 맞춰가며 살 수 있을지. 그런 게 고민이다.



2023년 10월 어느 날의 메모.


지금 나는 그때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또 다른 일상을 지내고 있다. 그래도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꼭 ‘갓생’을 살려고 이것저것 해야 하는 압박감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각자의 인생 방향과 속도에 맞게 차근차근 꾸준히 걸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다를테니.


어쩌면 그게 진짜 갓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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