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Jun 20. 2024

노년의 집, 실버아파트에서의 삶

<초보 노인입니다>를 읽고

과거에는 노년기에 바깥 활동을 많이 하기 어려워지면 주로 집에서 지냈습니다. 원래 살던 집일 수도 있고 자녀의 집에 들어가 같이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는 양로원이라고도 불렀던 요양원에 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서비스와 제도가 발전하면서 예전보다는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을 위한 유료주택도 그중 하나입니다. 실버타운, 실버아파트 등 명칭이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은퇴하고 부부가 지내거나 혼자 지내지만 아직 요양원에 들어가기에는 건강한 경우 많이 선택하시는 듯합니다.


사실 저도 주변에는 실버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을 본 적이 없기에 실상이 어떤지, 그곳에 사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궁금증만 있었던 상태였는데 어느 날 브런치 메인에서 브런치 작가님이 내신 책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김순옥 작가님의 <초보 노인입니다>라는 책이었습니다. 궁금해져 바로 찾아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초반부에 실버아파트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가님 부부는 나중을 기약하며 실버아파트를 떠나기는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실버 아파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책에서는 준비 없이 실버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느낀 점에 대해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실버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노인입니다. 60세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입주 조건이 정해집니다. 그곳에는 365일 하루 세끼가 제공되는 식당이 있고 운동시설과 사우나, 동호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또 아파트 근처에 대형병원이 위치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이야기됩니다. 겉보기에 조건이 노인에게 아주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세끼 요리를 해 먹기 힘들고 종종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이 실버아파트가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님은 사실 실버아파트를 원해서 이사를 했다기보다 그 당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과 금액대에 맞추어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그랬기에 모두가 노인인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낯설고 불편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갑자기 실감하게 되면서 당혹감을 느낍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등 겉으로 보아도 노쇠한 노인의 삶을 자주 보게 된 것입니다. 비교적 젊은 노인으로서 일종의 세대 차이와 문화 충격을 느낀 것이 아닐까요.


저자는 제목처럼 처음 노년기를 맞는 초보 노인으로서 실버 아파트에서 살아갑니다. 다양하게 살아가는 아파트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나름대로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실버 아파트가 요양원은 아니기에 여러 편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있어도 이용을 할지 여부는 사람들에게 달려있을 텐데 다들 어떻게 생활할까 궁금했었습니다. 저의 부모님도 가끔 실버타운이나 노인을 위한 아파트들이 요즘은 이렇게 저렇게 잘 되어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전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책에 나오는 실버 아파트 사람들은 동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매 끼니 잘 챙겨 먹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론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비슷한지 이 식당의 식사에 대해서도 맛이 있다, 없다 말이 많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식당은 입주민들이 편하게 식사를 하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반면 몸이 불편하거나 여러 이유로 집을 잘 나가지 않는 듯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남편과 달리 따로 동호회에 가지는 않지만 먹산이라고 이름 붙인 근처 산을 등산하는 것을 취미 삼아 지냅니다.


책에서 펼쳐지는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부모님 세대의 마음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구나 싶어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 또한 부모님이 노년기에 접어든 ‘초보 노인’인 이 시점에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부모님은 어떤 집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행복하실까요? 노인들은 원래 살던 지역, 원래 살던 집에서 살기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원래 살던 아파트 같은 집일까요, 아니면 더 나이가 드시면 건강해도 실버 아파트 같은 곳을 원하게 되실까요. 또 60세가 넘은 다른 많은 분들은 어떤 선택을 어떤 이유로 하시게 될까요. 또 새로운 궁금증이 여운처럼 남습니다.

이전 15화 로봇과 함께 하는 돌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