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어르신들 중에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다시 오시는 분이 몇 분 생겼다. 그러면서 보호자님과 상의해 2인실로 방을 옮기게 되었다. 더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방을 옮겨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어르신들은 새로운 방에서도 다행히 별다른 불평 없이 잘 지내셨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못하다.
이렇게 방을 옮기는 것에 고심을 하는 이유가 있다. 요양원, 그중에서도 오래 지낸 자기 방은 어르신들께 오래 산 집과도 같다. 그래서 방을 옮기는 것은 어르신들에게 이사와도 같이 큰 일이다. 보호자가 여러 이유로 방을 옮기기를 원하더라도 어르신이 반대해서 무산되는 일도 흔했다.
대청소 겸 방을 청소하려고 어르신을 잠시 거실에 나와계시도록 한 적이 있다. 30분이 안 되는 시간일 텐데 어르신은 빨리 집에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셨다. 어르신이 이야기한 집은 물론 어르신이 원래 쓰던 방이었다. 나는 어르신이 타신 휠체어를 밀어드리며 거실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옆에 같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르신은 잠시 이야기를 하며 편안해하다가도 빨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사실 이 날은 어르신을 기존에 여러 명이 쓰던 방에서 2인실로 옮겨드리자고 논의가 된 상황이었다. 어르신은 100세가 넘는 고령이셨다. 우리는 어르신께 조용하고 더 케어해 드리기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싶어서 한 이야기인데 어르신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결국 어르신의 완강한 거부로 없던 일이 되었다.
“아이고, 안 돼, 안 돼. 집에 가야지!!”
평소 수다를 좋아하시지만 큰 소리를 많이 내지는 않는 분이었다. 그런데 마구 소리를 치며 집에 가야 한다고, 다른 곳은 싫다고 의사 표현을 하셨다. 청소를 끝내고 원래 쓰던 그 자리, 그 침대에 눕혀 드리고 어르신이 쓰던 이불을 덮어 드리니 그제야 안정이 된 모습이었다.
“아유. 나 때문에 욕봤수.”
어떻게 해야 하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어르신이 미소 지으며 하신 한 마디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르신에게는 익숙해진 방이 아늑한 공간인가 보다. 어르신이 좋으시면 됐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