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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Nov 29. 2024

어느 아침의 해프닝

나의 직장은 요양원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간밤에 어르신들이 별일 없이 잘 주무시고 잘 계셨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어르신 한 분이 넘어지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르신은 웃으시며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를 골절에 대비해 병원에 가야할 수도 있다. 어르신들은 뼈가 약하고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뼈가 부러지기 쉽다. 


화들짝 놀라서 선생님들과 상의 후 상황 확인을 위해 cctv 확인을 했다. 법적으로 요양원에는 필수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처음에는 오전에 일어난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전날 저녁에 있었던 일이었다. 이 부분도 놀란 상황에 소통을 하다보니 서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어쨌든 cctv를 살펴보니 어르신은 평온하게 침대에서 쉬고 계셨다. 계속 누워 있는 모습이라 갑자기 넘어질 것 같지 않은데..


뭔가 놓친 것 같아 시간대를 바꿔보며 계속 보다 보니 어르신이 무언가를 찾으러 침대에서 일어나셨다. 두리번 두리번. 아마 tv 리모콘을 찾으시나 보다. 그러다가 쭈그리고 앉아 침대 밑을 보셨다. 그리고 무릎으로 기어 침대 옆을 찾아 보시기도 했다. 정말 다행히도 넘어진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직접 쭈그리고 앉으신 것이었다. 그런데 무릎을 대고 바닥에 계시니 지나가던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넘어진 알고 놀란 것이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어르신을 도와 일으켜 세워드리고 괜찮은지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코. 해프닝으로 끝난 이 날의 진실, 결국 낙상은 아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어르신이 아픈 것도 싫고 낙상과 골절은 생각하기도 싫고 무섭기도 하다. 요양원에서 일하다보면 어르신들의 건강이 제일 중요해진다. 다 알고 나니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어느날 아침의 작은 소동이었다. 이 날은 다행히 해프닝으로 지나갔지만 늘 어르신의 낙상을 조심하도록 모두가 마음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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