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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겨울 나기

by Adela

어느덧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금방 겨울이 되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12월 이후로는 가끔 요양원 창문 밖으로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4계절이 뚜렷하다는 말은 옛말인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더운 여름이 가을까지 길게 늘어지더니 짧은 가을을 거쳐 겨울이 되었다. 요양원 전체 난방이 있지만 추워지는 날씨에 대비해 방에 온풍기를 추가로 마련하고, 이불도 겨울 이불로 다 바꾸며 준비를 했다. 어르신의 가족들도 따듯한 가을, 겨울옷과 담요, 이불을 가져다 주시기도 했다.


"이 옷으로 꼭 입혀 주세요!"


옷을 맡기며 당부를 하시며 가는 분들도 많았다. 덕분에 어르신들마다 다양한 색감의 털조끼나 수면바지, 모자, 스카프 등 따뜻한 옷으로 무장하게 되었다.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의 옷에 이름을 새긴다. 가끔 이름이 안 새겨져 있으면 누구 옷인지 찾기 어렵기도 하고 옷이 바뀌는 일이 생기기도 하기에 새로운 옷이 오면 꼭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어르신들 옷마다 실로 꿰매어 이름도 예쁘게 새겼다.


다행히 걱정한 것과 달리 따듯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앗. 그런데 어르신들마다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어르신 한 분이 계속 손짓을 하며 부르신다. 가까이 가서 왜 부르시는지 여쭤보았다. 어르신은 치매가 진행되어 길게는 말씀을 못하신다. 그래도 매번 원하는 바를 열심히 설명하신다.


"나 더워. 더워서 못가."


방이 더워서 못 들어간다고 하시는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추위를 타는 편이었다. 그래서 방을 따듯하게 하고 있다 보면 다들 좋아하셨다. 그런데 어르신 한 두분은 유난히 더위를 타서 난방을 끄고 싶어하셨다. 난방을 아예 끌수는 없고 온풍기도 끄면 한기가 들어 다른 분들이 못 견디는데.. 난감한 부분이다.


더워하는 어르신을 위해 낮에는 어르신 옷을 조금 신경써 드리고 방에 온풍기를 한 번씩 껐다가 다시 켜기로 했다. 원래 방에 자주 있는 분인데 더워서인지 낮에 자주 거실에 나와 계시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어르신이 하자고 하는대로 난방을 다 안 하다가는 어르신도 감기 걸릴 위험이 있을 것 같다.


"어르신, 조금만 참아주세요~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야죠. 온풍기는 잠깐 꺼드릴게요."


매번 어르신을 달래본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 따듯한 것이 낫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더운 것도 힘들 수도 있는데..'


매번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편하게 해드릴까 고민하게 하시는 어르신.


그래도 매일 사무실 문 앞에 찾아와 손짓을 하며 부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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