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레스탄 궁전(Golestan Palace)을 더 보고 싶었으나 배가 너무 고파서 그만 보기로 한다. 눈 속에는 골레스탄에 번쩍거리는 거울 퍼레이드 장면이 아른아른.... 눈을 쉬게 하고 위를 행복하게 해줘야 할 시간.
골레스탄 팰리스는 메트로역 판즈다 에 코다드(Panzdah E Khordad) 메트로 역 근처에 있고, 궁전 바로 앞에는 우드라잔 바자르(Oudlajan Bazaar)가 있다. 기웃거리니 바자르 어느 골목 속으로 끝이 안 보이는 줄이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갑자기 동물적인 촉이 발동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줄은 뭔지 몰라도 같이 서고 보는 게 맞다. 줄 끝에 허무맹랑한 것이 있어도 괜찮다. 나는 시간과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이므로.
이란은 영어가 거의 안 통하고 간판도 페르시아어로만 적혀있어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보다 이란숫자를 써서 아직도 숫자를 못 읽는다.
일단 같이 줄을 서고 보니 궁금해진다. 촉은 어느 맛난 식당인데, 페르시아어를 못하는 나는 조금 머뭇거리다 앞사람을 톡톡 건드린다. '여기 밥 먹는 데니?' 제스처로 밥퍼먹는 시늉을 하니 이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뭔지 몰라도 뜻밖의 성공.
줄이 이렇게 길다면 맛집이므로 일단 이것도 성공.
바로 앞 식당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 집만 줄을 길게 선거 보니 유명 식당인 게 분명하다. 번호표를 받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2층 식당 전체가 발 디딜 틈이 없다. 다행히 영어 메뉴판이 있어 치킨&양 어쩌고 케밥을 고르고 식판을 하나 뽑아 들고, 배식대를 지나면서 먹고 싶은 걸 하나씩 담는 시스템.
넓은데도 이미 꽉 찬 식당.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리 찾기도 힘들다. 2층이었는데, 3층도 있나 보다.
들어가면 소스와 샐러드, 음료를 골라 쟁반에 넣고 카운터에서 메뉴와 함께 주문하면 된다. 사실 이 집이 싸진 않다. 이란에서 먹은 밥 중에 젤 비싸다. 6달러?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 잡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딱 한 자리가 난다. 재빨리 식판을 들고 인파 속을 비집는 신공을 보이며, 안착.
내가 주문한 케밥은 양고기와 닭고기를 번갈아가며 꿰서 구운 케밥인데, 밥이 산처럼 덮여 있어 고기는 나중에 나오는 줄 알았다가 밥알을 헤치자 고기가 빼꼼하고 나타난다.
케밥과 산더미처럼 쌓인 날아다니는 밥&사프란밥과 석류, 사프란 누룽지(오른쪽에 네모난 조각), 구운 토마토, 버터, 레몬 두 조각이 기본 가니쉬. 사프란 누룽지가 너무 맛있다.
음료 선택은 이란에서 흔히 마시는 '둑'. 민트 아이란 같은 맛이 난다.
(세계적인 도시들이 좀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지만) 두바이 음식은 대체적으로 짠 편이라 먹기 힘들 때가 있었는데, 이란 음식은 짜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기괴하게도 찰기가 있는 밥보다는 훌훌 날아다니는 밥을 더 좋아하는데, 여기 이란의 밥이 그렇다. 정말이지 전생이 이쪽 나라 출신이었다는 게 정설인 듯.
풀풀 날리는 밥을 헤쳐보니 고기가 길게 누워있다. 이란 사람들은 대식가인가 보다. 이란 가족들 옆에 끼어 앉았는데, 그 가족을 보니 저 양의 밥을 여자들도 다 먹더라.
앞에 혼자 온 할아버지가 시킨 메뉴. 양을 뼈째 푹 삶아서 감자탕처럼 고기가 스르르 떨어진다. 향신료 딜을 넣은 딜밥. 할아버지가 너무 맛있게 잡순다. 뺏어 먹고 싶을 정도로.
식당을 나오니 석류주스가 눈에 띈다. 배가 너무 부른데 디저트를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또 사 먹는다.
석류가 아직 본격 제철이 아니라 약간 시다. 시금털털하고 약간 쓰고 참 진하다. 물 한 방울, 설탕 한 스푼 안 섞고 석류를 통째로 그냥 짠다.
케밥 가게. 생선도 있고, 간 같은 특수부위도 있다. 여행하는 동안 다 먹어보겠다고 다짐한다.
이란 멋쟁이들이 입는 수트인가 보다. 아직 단 한 사람도 저렇게 입은 사람은 못 봤지만.... 디자인이 나쁘지 않다.